[공동성명]인권현장 찾아가는 혁신만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게 할 것[공동성명]인권현장 찾아가는 혁신만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게 할 것

Posted at 2021. 12. 7. 16:11 | Posted in 논평,성명,보도자료

[공동성명]
인권현장 찾아가는 혁신만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게 할 것
-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을 맞이하며  
 
2001년 11월 25일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설립된 지 20년이 되었다. 설립이후 국가권력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마지막 은신처 역할을 기대했던 인권위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인권활동가들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시린 눈바람을 맞으며 단식노숙농성으로 지켜내고자 했던 인권위의 독립성은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가. 어느 누가 인권위가 우리 사회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인권현안에서 사라진 인권위 
코로나19를 이유로 수도권 도심의 집회시위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해 인권위는 분명한 의견표명도 하지 않았으며 진정사건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최근 행정법원에서집회금지는 헌법으로 보장된 기본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올 즈음에야 원주시의 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금지에 대한 긴급구제와 관련한 의견표명이 전부였다. 2020년 집시법개정안에 방역을 이유로 한 집회금지는 집회시위의 권리 침해라는 입장을 냈음에도 2021년 노동자들의 집회를 금지하고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하는 현실에서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의견표명도 없었다. 국제인권기준이나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에 대한 옹호를 확고하게 하지 않았다. 인권위의 코로나19TF는 불과 3개월 만에 종료되었고 장애인, 홈리스들과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백신접종을 받을 권리조차 차별받는 현실은 뒤로 미루어졌다. 진정이 접수되어야만 움직이는 인권위의 모습에서, 인권의제를 만들기 위해 선제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정책권고를 하던 모습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물론, 미투(Mee Too)운동 시기 문화예술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성차별시정팀과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새로 만드는 등 의미 있는 활동도 있었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고 시민사회와 다시 만나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갈수록 심해지는 노동권, 주거권 등 사회권이 악화되는 불평등 자리에 인권위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시기, 심각하게 후퇴되는 인권의 현장에서 국가인권기구의 존재감은 찾을 수 없었다.  
 
인권위 관료화와 형식적인 시민사회와의 교류
인권위가 인권현안을 파악하고 제대로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인권현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인권시민단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인권위에는 이 두 가지가 없다. 얼마 전 열린 간담회에서 인권위가 제시한 부실한 2022년 업무계획안은 예견 가능한 것이었다. 인권단체들의 성토가 넘쳐났지만 인권위가 귀담아 들었을지 알 수 없다. 당시 시민간담회에 제출한 업무계획에는 코로나19 시기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했던 조항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 등은 언급조차 없고, “을지연습, 화재, 지진 등 대피훈련 등 훈련 실시”와 “예산운용 및 공제 사무의 체계적 관리”가 들어있었다. 해마다 인권단체들과 인권현안과 사업을 논의하는 업무 계획안에 국가기관이면 모두가 시행하는 일상적 업무들을 사업계획이라고 넣어 둔 모습에서 극에 달한 인권위의 관료화를 볼 수 있었으며 시민사회와의 간담회를 얼마나 형식적으로 생각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미뤄진 인권위 혁신과제
이는 2018년 인권위의 관료화를 극복하기 위해 인권위 혁신과제들을 아직까지 인권위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병철 위원장체제 6년간 점점 독립성을 잃었던 과거의 모습을 청산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관료화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는 인권위혁신위원회에 참여하였다.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결정 및 업무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인권위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투명성 제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권위의 의사결정기구인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는 여전히 비공개안건이 많으며, 인권위원의 실명이 기재된 녹취록 형태의 회의록 작성과 공개는 아직까지 시행되고 있지 않다. 진정사건 관계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법원의 소송사건 검색과 같은 시스템 구축도 답보상태이다. 
 
인권위의 불투명성과 비민주성, 권력 눈치 보기의 대표적인 사건은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의 직권조사 결과에 대한 이유 없는 권고지연 사태였다.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대통령에게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을 권고하기로 전원위원회에서 의결하고도 권고하지 않았으며 이미 결정된 ‘권고’를 ‘의견표명’ 낮추려고 시도하였다. 직권조사 권고 안건을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하여 추진하다가 고 최숙현 선수가 사망하고 인권단체의 비판이 이어지자 뒤늦게 권고한 것이 확인되었지만 인권위는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인권위의 관료화가 인권침해 피해자와 진정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2008년 광우병소고기반대 촛불집회 때 행해진 인권침해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는 등 인권의 최전선 현장에서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했던 인권위는 이제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인권위원장 인선을 위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후보추천위원을 구성하였지만 국회와 대법원 등 다른 지명기관은 여전히 임의적으로 인권위원 후보 지명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이다. 법 개정 전이라도 인권위원장 인선처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음에도 인권위는 해당 지명기관에 개선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인권위원 인선절차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 개정은 21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되지 않아 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조차 차기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인권위의 제자리걸음에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을 위한 노력 뿐 아니라 진정사건 조사에 필요한 인력확충은 부족하고 인권위의 권고가 제대로 수용될 수 있도록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을 견인하는 모습도 볼 수 없다. 
 
인권위 역할 강화의 필요성과 방향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로 고통받는 소성리 주민, 차별과 배제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등 빈민, 장애인, 홈리스,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혐오와 차별과 존재조차 지워지는 성소수자들에게 여전히 인권위는 꼭 필요한 기구다. 또한 서울 외 지역에서의 인권보장도 중요한 문제다. 인권위는 지역민 인권과 차별을 지역사무소에만 맡기거나, 인권조례 제정 권고로만 그쳐서는 안 되며, 지역의 인권증진과 보장을 위한 지역인권사무소의 혁신과 지역인권보장체계 구축 등의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권한과 인력을 확보한 군인권보호관제도의 도입과 국가인권정책의 근간이 될 인권기본법을 제대로 제정하는 일도 반드시 인권위가 해내야하는 과제다.
 
우리는 인권위가 우리 사회 인권의 가치를 높이고 권력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 인권위가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에 맞서 인권의 원칙을 지켜내고 국가인권정책을 수립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인권단체들은 소통과 비판을 아낌없이 이어갈 것이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에 축하와 격려만을 전할 수 없는 현실을 잘 살펴보고 인권위 혁신의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음을 무겁게 받아들여 인권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인권현장에 인권위에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음을 되새겨야 할 때다.

2021년 11월 24일
인권정책대응모임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연분홍치마,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천주교인권위원회, 희망을만드는법)

전국인권시민단체 
경북노동인권센터, 경산(경북)이주노동자센터,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광주인권지기활짝, 국제민주연대, 난민인권센터, 다산인권센터, 대구청소년페미니스트모임 어린보라,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선교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서울인권영화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실천불교승가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실천시민행동 ,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천주교인권위,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행동하는의사회 대구지부, 홈리스행동, (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평등과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광주인권지기 활짝,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새사회연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서울인권영화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어린이책시민연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교육온다, 인권연극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장애여성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진보네트워크센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 전국 76개 인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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