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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27.
“누가 날을 잡은 거야. 잡아도 하필이면 이런 날을 잡다니” _ 조건준
16일 오후 2시, 영하의 날씨에 수원 천주교 대리구청에 시민들과 경기지역의 노동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얼추 30여명. 이틀 전 평택의 밭에나가 뽑아온 배추를 절인다. ‘이 추운 날씨에 어떻게 1,000포기나 담근다는 걸까’ 막막함부터 앞선다. 하지만 어디 노동자들이 날 잡아서 해고되던가. 해고는 늘 갑자기 닥쳤다. 길게는 10년, 짧아도 2년 동안 차겁고 막막한 겨울을 살아왔다. 건설노동자가 드럼통에 장작불을 피우지만 차가운 기온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반쪽 낸 배추를 소금물에 담그고 대여섯 포기씩 봉지에 담아 소금을 뿌린다. 밑에 들어가는 배추에는 소금을 조금 뿌리라는 희망김장 기획자의 얘기에도 저마다 감각대로 움직인다. 대리구청안 식당은 마늘냄새로 가득하다. 씨알 작은 마늘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