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격리와 강력처벌을 넘어,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입장문]격리와 강력처벌을 넘어,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Posted at 2020. 12. 9. 16:37 | Posted in 논평,성명,보도자료

[입장문]

격리와 강력처벌을 넘어,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정부와 국회는 접근금지, 감시, 격리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그에 더해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로 불안을 가중 시키고 있다. 다가오는 강력 범죄자의 출소일, 선정적 언론 보도, 그에 따라 증폭되는 불안, 강력한 처벌을 담은 법안 발의. 이러한 순환의 고리를 목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강력한 형벌체계 구축이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일까? 조두순의 출소는 이 문제의 근본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 되묻고 있다.

 

12년 전 사법부는 나이가 많고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를 이유로 조두순의 형을 감해주었다. 최근 성착취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미국송환 거부, N번방 핵심 가해자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은,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사법부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죄를 인정하고 반성문을 썼다는 이유로, 동종 전과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성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재판부의 판결은 사법부와 형벌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여전히 성범죄에 대해 보수적이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의 모습은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대안 또한 충분치 않다. 조두순의 출소가 가까워지자 정부와 국회는 CCTV 설치 확대, 보호수용제도 도입, 무도관 출신의 경찰 순찰 등 임기응변식 대안만을 내놓고 있다. 정작 중요한 성범죄 예방과 피해생존자 보호대책, 사회적 인식 변화에 대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더 강력한처벌만을 강조하고 있다. 범죄자를 더 오래 구금하고, 출소 후에는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감시를 강화하자는 것은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고려하지 못한 미봉책일 뿐이다. 조두순 사건 이후에도 성범죄는 계속 이어졌다. N번방 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더욱 교묘한 형태의 성착취가 나타났다. 이는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 국회 그리고 사법부가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단순히 양형 기준이 약해서 조두순이 12년 형을 받고, N번방 가해자들이 집행유예를 받은 것인가?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적용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감해서는 안 된다고 꾸준히 주장해온 시민들의 외침에 귀 기울였다면 강력 성범죄자의 출소일이 가까워서가 아니라, 진작 성범죄 예방과 재발방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실행했었어야 한다.

 

모두가 안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손쉬운 방식으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안전한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안전을 해치는 것은 무엇인지 그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그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될 때 우리는 진짜 안전하다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갈수록 교묘해지고 고도화되는 성범죄의 근본 원인을 살피고,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피해자가 영원히 피해자로 남는 것이 아니라 피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조두순 출소로 인해 성범죄 대안과 해법이 다시 한 번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사법부는 성범죄자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리고, 국회와 정부는 이러한 범죄의 근본적 원인을 다룰 수 있는 정책,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에 기대어 강력처벌을 주장하는 것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끝내야 한다.

 

2020.12.10.

다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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