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입장•성명

<성명서> 법무부 인권국장은 인권침해의 옹호자가 아니라 인권의 옹호자가 임명되어야 합니다.

<성명서>
법무부 인권국장은 인권침해의 옹호자가 아니라  인권의 옹호자가 임명되어야 합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27일 현재 공석인 인권국장 경력경쟁채용시험 최종 후보 2인을 발표하였습니다. 법무부 인권국장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포함하여 우리 정부의 인권정책을 수립하고 인권침해적 법제도 개선을 총괄하는 매우 중요한 고위 공무원이자, 우리 사회의 인권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리입니다. 

더불어 인권·사회단체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며 의견을 나누고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이 그 어느 자리보다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우리 단체들은 이례적으로 지난 4월 6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께 법무부 인권국장의 자격과 조건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인권·사회단체들이 진정성을 담아 의견서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반인권 정권이라 불려도 마땅한 이명박 정부 시절, 법무부 인권국 인권정책과 직원으로서 당시 한국 정부의 인권침해에 쏟아지던 국제사회의 비판을 방어하기에만 급급했던 홍관표 씨를 조만간 인권국장으로 임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은 큰 충격입니다.

홍관표 씨는 본인이 재직 중인 대학 홈페이지 교수 소개란에서 밝힌 대로 2006년 8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법무부 인권국 인권정책과 서기관으로 재직하며 1차와 2차 두 번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수립 총괄, 2008년과 2012년 유엔에서 열린 1·2차 국가별정례인권검토(UPR)와 2009년 유엔사회권규약 3차 국가보고서 심의 등의 정부대표단으로 참여하여 중요한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경력을 발판으로 법무부를 퇴직한 2013년부터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공익인권법을 담당하는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 자랑스러운 경력으로 밝히고 있는 2009년 유엔사회권규약 3차 국가보고서 심의가 열린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인권활동가들에게 홍관표 씨의 법무부 인권국장 임명 유력이라는 소식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용산참사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조사를 통해 경찰에 의한 명백한 인권침해가 드러나, 경찰청장이 유족들에게 직접 사과한 사건입니다. 이러한 용산참사에 대해 홍관표 씨는 200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사회권위원회에서 답변을 자청하며 용산참사 희생자들은 주거 세입자들이 아니라 상가 세입자들이기 때문에 강제철거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며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적극 옹호했습니다.

또한 군내 불온서적 열독 문제로 파면된 군법무관들에 대한 지적, 4대강 사업의 강행으로 인한 환경권 파괴 등에 대한 지적에도 방어와 변명으로만 일관하며 당시 이명박 정부의 인권상황을 유엔과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는 일을 방해했고 인권·사회단체들의 노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애썼습니다. 홍관표 씨는 이명박 정부의 인권침해를 옹호하는 일에는 탁월했을지 모르겠지만 인권옹호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는 증거입니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애쓰는 국내 인권단체들의 노력을 현실 가능성이 없는 이상주의 정도로 평가절하 하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가 실무를 맡았을 국가별인권정례인권검토(UPR) 1차 심의 권고 때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연구·검토 중이라는 답을 하며 마치 정부차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 중인 것처럼 포장하는 등 핑계로만 일관했습니다. 

실제 법무부에서 진행했던 차별금지법 관련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질의에는 단 한 번도 답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던 그가 법무부를 퇴직하고 한 대학의 교수가 되어서 그동안 법무부가 지나치게 엄정한 중립주의 내지는 밀행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문제라고 비판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는 인권학자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 역시 그가 인권국장이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법무부 인권국장을 임명하는 데에는 다양한 역량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고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인권 현실과 수준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꼭 필요한 대응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인권현장에서 직접 일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인권문제의 최전선에 있는 인권활동가들과 유기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홍관표 씨를 법무부 인권국장으로 임명하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인권단체들과 한국의 인권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소통과 협력을 포기하는 것이라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급하게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절박함을 헤아리고 임명권자들께서 심사숙고하여 현명한 결정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재난을 시의 적절하게 잘 대비하면서도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대응 정책을 마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러기에 요령껏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을 잘 방어하는 인권침해의 옹호자가 아니라 인권의 옹호자, 법무부 인권국장이 꼭 필요합니다. 

2020년 4월 14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