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몽땅 다 들어’가 되어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아차 싶었다. 단순히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소개하는 것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글을 쓰겠다고 말하고 난 뒤 깨달았다. 동료들이 묻기도 전에 “제가 쓰겠습니다!”했으니 무르기는 어렵고 이왕 쓰기로 한 거 즐겁게 써보기로 다짐하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내가 음악을 즐기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을 더듬어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본다. 아버지가 김광석의 음악을 좋아하셨다. 퇴근하면 흥얼흥얼, 술에 취하면 목에 핏대를 세우고 부르셨던 그 노래가 궁금했다. 솔직히 아빠가 부르는 그이의 노래가 지겨울 쯤 원곡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쓸쓸하고 애석한 노랫말과 멜로디에 홀렸고 듣다보니 웹페이지 구석 추천목록에 산울림과 들국화가 보였다. “이 사람들은 누구냐”로 시작되어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온갖 음악을 다 찾아듣고 있었다. 송골매, 이소라, 자우림, 한영애, 양희은, 노영심, 김현정, 이정현, 스페이스 에이, 자자, 휘트니 휴스턴, 마이클 잭슨, 에디트 삐아프, 비틀즈, 오아시스, 너바나, 에디 히긴스, 영원한 나의 최애 데이비드 보위까지… 끝도 없이 들었다. MP3 용량이 작아 이틀에 한 번꼴로 플레이리스트를 바꾸어가며 들었다. 집에 도착하면 컴퓨터를 키고 MP3부터 연결하는 게 일상이었다. 입이 짧아 음식을 골고루 먹지는 않았지만 음악은 골고루 왕창 들었다. 골고루 보다는 정말 ‘몽땅’에 가까웠다. 그렇게 ‘몽땅 다 들어’의 삶이 시작되었다.
십 수 년을 뭐든 상관없이 몽땅 들었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음악을 찾으려고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것보다 이전에 좋아했던 곡을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에 놀라 예전 재생 목록을 살피고 있다. 음악을 다시 듣다보면 그때의 상황, 감정 등이 기가 막히게 떠오른다. 시간을 돌려 과거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말이다.
이 코너를 통해
흥얼흥얼거리고 들썩들썩 어깨를 털어내는 것이 익숙한, 술 보다는 흥에 취하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사월의 노래방’이라고 이름을 붙여봤다. 노래방에 가서 애창곡을 부르듯 내가 즐겨듣고 부르는 노래를 가볍고 재밌게 소개해보겠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글을 쓰려한다. 다산인권센터의 페이지를 통해 음악을 소개하고 단상을 끄적거릴 예정이다.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그 당시 즐겨들었던 음악을 소개하고 그때의 상황과 고민들을 나누려한다. 물론 최근 자주 듣고 있는 음악 또한 소개할 예정이다. 평론가처럼 풍부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벗바리님들과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누어 듣는 느낌으로, 혹은 친구에게 음악을 추천하며 받았던 느낌을 나누듯 조잘조잘 적어보려 한다.
첫 번째 글을 쓰는 오늘은 날씨가 꾸물꾸물하다. 비가 올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여유가 되신다면 Billie Eilish(빌리 아이리쉬)의 come out and play를 들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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