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기업의 이윤앞에 짓밟힌 인간의 존엄[활동소식] 기업의 이윤앞에 짓밟힌 인간의 존엄

Posted at 2012.04.23 15:30 | Posted in 활동소식


지난 4월 18, 19일 이틀 동안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소위 말하는 경기지역 '장기투쟁사업장' 공동투쟁 일정이었습니다. 정리해고와 각종 징계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넘게 회사측과 싸우고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각 회사의 본사를 돌며 집회와 캠페인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18일 오전 11시 30분. <파카한일유압>본사가 있는 양재동 '캠코양재타워'에서 첫번째 집회가 시작됐습니다. <파카한일유압>은 2008년 경제위기를 이유로 회사에 물량이 없다며 정리해고를 했지만, 해고의 진짜 이유는 노동조합 혐오였습니다. 화성 장안단지에 몰래 공장을 차려놓고 물량을 빼돌려놓고 물량이 없다며 기존 공장의 노동자를 대량해고 한 것입니다. 


두번째로 찾아간 곳은 <시그네틱스>라는 전자부품 생산회사의 본사(영풍그룹)였습니다. <시그네틱스>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 두 번이나 정리해고 당했다는 그녀들. 회사 당기순이익 196억임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의 이유로 해고 한 그 회사. 2001년 조합원 130명을 전원 징계해고하고 2007년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 후 복직됐지만 2010년 신규 하청회사로 전직을 강요, 이에 반발한 조합원들을 2011년 7월에 또다시 해고한 회사입니다.


 19일 오전, 우리는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포레시아>라는 프랑스 기업의 무책임한 정리해고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애초 프랑스 대사관 앞 집회신고를 하려 했지만 경찰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집회신고를 반려하는 바람에 기자회견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프랑스 대사관 앞 기자회견과 선전전을 마친 후 22명의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양소가 설치된 대한문 앞으로 갔습니다. 22번째 희생자. 서른 여섯 살 해고노동자였던 이모 조합원이 지난 3월 30일 자신의 임대아파트 23층에서 투신자살했습니다. 올해 벌써 3번째 죽음이었습니다. 2009년 대량해고와 이에 맞선 저항 그리고 사측과 정부의 잔인한 진압작전. 그 후 해고 노동자들은 피말리는 생계의 고통, 진압작전에 의한 상처와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지만 사측과 정부는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적 타살입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한국쓰리엠> 본사였습니다. 본격적인 민주노조운동이 시작된 2009년 5월. 부당해고 19명에 각종 징계가 250여건 등으로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무력화 시키려는 사측의 집요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장 직원들을 정육점 고기 등급 매기듯 1등급 부터 5등급까지 구분해 임금차별 등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이틀동안 네 곳의 기업 본사앞 집회, 기자회견,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경기지역의 대표적인 장기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넘게 싸우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기업의 이윤 앞에서 휴지조각 신세입니다. 

이 휴지조각 같은 인생들이 모여 꽃을 피우려 합니다. 경기지역 장기투쟁 사업장의 노동자들, 삼성에서 해고된 노동자를 인터뷰한 책이 곧 발간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5월 25일 금요일 저녁. 북콘서트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북콘서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주에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 아참...장소는 변경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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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정말 연대의 힘 _ 촛불총각이것이 정말 연대의 힘 _ 촛불총각

Posted at 2011.12.27 11:50 | Posted in 격주간 <다산인권>/칼럼



안녕하세요, 수원촛불의 촛불총각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김장이란걸 해봤습니다. 
배추 뽑기, 배추 절이기 등은 일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고 16일 퇴근후 희망김장 만들기를 함께 하기 위해 열심히 천주교수원대리구청으로 눈썹이 휘날릴 정도로 걸어갔습니다.

8시쯤 도착하니 다들 무를 깍고 채썰고 배깍고...다들 열심히 하더라고요. 늦게와서 할 일 없던 저는 그저 채썬 무봉다리를 한쪽에 옮기는 일을 조금 도와주니 끝이 나더라고요.

넘 허무하다 생갔했는데 절인 배추 뒤집는 일이 저녁 12시쯤 있다 하여, '그래 힘쓰는일 내가 하자'는 (실은 힘쓰는일이 제일 자신있음 ㅋㅋ)마음에 열심히 기다렸답니다.

9시쯤부터 두시간 반정도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절인배추 뒤집는 시간을 기다리다 11시 30분쯤 절인 배추를 뒤집는데, 이건 뭐 전쟁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바닥에 소금물이 넘쳐나고 무거운 절인배추봉다리를 뒤집고 바닥의 소금물 걸래로 닦아내고... 다들 좁은 장소에서 분주하게 한시간정도를 열심히 뒤집고 바닥에 물기를 닦아내고 하니 이마에는 땀인지소금물인지 송글송글 맺어 있더라구요. 다들 좁은공간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일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하루 일과가 끝나는가 싶었는데 복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금 배추있는곳으로 내려가보니 두 분이 열심히 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더라구요. 뒤집어서 봉다리 입구쪽이 밑쪽으로 내려가 있던지 물이 더욱더 많이 고여있던거 한시간 남짓 콩님과 유진님이랑 열심히 닦고 전 열심히 짜고...그렇게 조를 짜서 밤새 바닦의 물을 닦았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잠시 눈붙이고 일어나니 새벽 5시였습니다.
밖에 나가니 엄청 춥더라구요.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영하10도의 날씨 속에서 일은 시작됐습니다.  6시에 접어드니 하나둘 기상,  가장 힘들다는 절인배추씻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0~30여명의 동지들이 막 잠에서 깨어 몹시 추울텐데 다들 고무장갑끼고 장화신고 씻은 배추 올려놓을 테이블 정리등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속에 이런 추위속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저런 열정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내마음속 깊은 곳에 감동과 고마움이 들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농땡이칠 생각도 못하고 나만 그런건지 몰라도 다들 얼음장 같은 물속에 손을 담궈 열심히 배추를 씻는데 정규직팀과 비정규직팀이라 하며 두팀이 열심히 배추씻기 대회를 열듯 정말 열심히 웃음꽃을 피우며 배추를 씻는데 한시간 정도 지나니 다들 말이 없어지고 얼렁 배추씻기를 끝내고픈 마음인지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3~4시간에 걸쳐 천포기를 다 씻고 아침밥을 먹었답니다. 아~ 천포기 다 씻은 다음의 기분이란,  아마 올들어 가장 추운날 씻어보지 못하신 분들은 모를겁니다. 

아침을 먹고 식당의 테이블을 세팅하고, 양념 버무리고, 속넣을 장소등을 만들고 있는데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인원이 약 100여명,  정말 감동이더라구요  (트위터를 보고 왔다는 분의 말에 더욱더 감동)100명정도 올꺼라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백여명이 모여드니 ‘이것이 정말 연대의 힘이구나’  이런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았고, 조금 힘들었지만 그 힘듦도 사라지더라구요.

 

백여명중 약 60여명정도가 속 버무리고,  나머지분들은 포장박스 만들고 배추나르고, 일사천리로 호흡을 맞추며 일을 하는데 웃음꽃이 피어나고 처음 보던 사람들도 금방 친해지고, 이것이 동지애구나, 같음 마음을 가진사람들이 함께 하면 두려울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10시쯤 부터 시작된 김장만들기는 4시쯤 끝난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 두시쯤 회사분들과의 약속으로 인해 먼저 빠져나왔지만 트윗으로 전해오는 김장소식을 보며 전기에 감전된듯 짜릿한 감동이 전해왔습니다~~

천포기, 결코 쉽지 않은 일이였지만 열정과 동지애로 힘듬과추위를 이겨내며 만든 희망김장. 아마도 함께하지 못했지만 마음의 응원과 많은 기부와 모금으로 참여해주신 분들까지 생각하면서 추위도 이겨내고 피곤한 줄 모르고 즐겁게 웃음꽃 피우며 희망김장을 마무리 했다고 생각합니다.

희망김장에 함께해 주신 여러 동지들 정말 사랑하고 감사 합니다. 

노동자가 주인이다~~
우리 모두 힘내고 비정규직과 해고자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라며 허접하지만 처음으로 남긴 후기이니, 애교로 봐주세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복 받으실 꺼예요~

■ 촛불총각님은 다산인권센터 벗바리입니다. 수원촛불의 든든한 기둥이기도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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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날을 잡은 거야. 잡아도 하필이면 이런 날을 잡다니” _ 조건준“누가 날을 잡은 거야. 잡아도 하필이면 이런 날을 잡다니” _ 조건준

Posted at 2011.12.27 11:46 | Posted in 격주간 <다산인권>/칼럼



16일 오후 2시, 영하의 날씨에 수원 천주교 대리구청에 시민들과 경기지역의 노동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얼추 30여명. 이틀 전 평택의 밭에나가 뽑아온 배추를 절인다. ‘이 추운 날씨에 어떻게 1,000포기나 담근다는 걸까’ 막막함부터 앞선다. 하지만 어디 노동자들이 날 잡아서 해고되던가. 해고는 늘 갑자기 닥쳤다. 길게는 10년, 짧아도 2년 동안 차겁고 막막한 겨울을 살아왔다.
건설노동자가 드럼통에 장작불을 피우지만 차가운 기온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반쪽 낸 배추를 소금물에 담그고 대여섯 포기씩 봉지에 담아 소금을 뿌린다. 밑에 들어가는 배추에는 소금을 조금 뿌리라는 희망김장 기획자의 얘기에도 저마다 감각대로 움직인다.
대리구청안 식당은 마늘냄새로 가득하다. 씨알 작은 마늘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6쪽 마늘은 까 봤지만 이런 36쪽 마늘은 처음 다듬는다” 누군가의 얘기 그대로다. 어느 세월에 다 까서 다듬을까. 벌써 해는 저물어 근처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가 저녁을 먹는다.
 
“김장비상!” 무슨 민방위 훈련이라도 하는 건가. “배추가 얼기 시작하고 있어요. 빨리 와서 절인배추를 전부 건물안으로 옮겨야 합니다” 여기저기서 문자와 전화로 비상이 걸린다. “소금물에 절인거니 절대 얼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러게 언다고 건물 안에 들이자고 했잖아요”. 입은 툴툴거리지만 바쁜 걸음은 절인배추를 향한다.
물이 흥건한 배추봉지가 가벼울 리 있던가. 안간힘을 쓰며 들어 올리던 여성들이 힘겨워 툭 내려놓는다. 해고 된 노동자의 삶의 무게에 비하면 솜털이 아니겠는가. 다시 갖은 인상쓰며 봉지를 들어 옮기는 건 해고노동자들의 무거운 삶을 맞들려는 마음의 힘 때문이리라.
 
“난리 났어요. 물이 새서 실내 바닥에 홍수가 났습니다” 피곤함에 잠들었는데 일어나라 재촉한다. 밤 11시 30분. 절인배추봉지에서 새어나온 물을 퍼내느라 정신이 없다. 이 밤중에 달려온 새 얼굴들이 보인다. 아예 발목을 걷어 올리고 물을 퍼내는 사람도 있다.
구멍난 비닐로 새는 물처럼 노동자들의 생존과 권리도 저렇게 줄줄 새왔던 세월이 아니었던가. 새는 물을 퍼내려는 저 몸짓처럼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그토록 맞서 싸워오지 않았던가. 절인배추의 물쯤이야 단지 잠을 깨는 소란일 뿐 오늘은 물을 퍼내는 우리의 손길이 이긴다.
 
“아니, 어머님들은 설렁설렁해도 금방 하던데” “이 사람아, 설렁설렁하는게 아니여. 30년 이상의 선수들이 하는 거야” 그렇다. 노련한 어머님들에 비하면 우리의 김장담그기는 어리버리한 난리법석이다. 하지만 찬바람 맞으며 밤 12시에 달려오는 저 노동자, 저 시민들의 연대의 마음은 결코 어리버리하지 않다.
 
새벽 1시, 난리를 치다 방에 앉으니 술을 권한다. 덜 절여진 배추를 안주삼다가 “짜다” “싱겁다” 저마다 판단이 엇갈린다. “짜니까 3시쯤에 씻어야 한다.” “싱겁다. 아침 6시에 씻어도 된다”는 논쟁한판 벌인다. “김치맛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갖는가가 중요한 거예요” 논란은 “김치냐 사람이냐”는 얘기로 막 널뛴다.
 
회사로부터 구조조정을 통보받을 때도 그랬다. 싸우자는 사람과 포기하는 사람, 해고자 중에도 정면으로 부딪치자는 의견과 생계부터 해결하자는 의견이 엇갈리지 않던가. 그러나 언젠가 현장으로 돌아가리라. 오늘 우리가 마침내 김치를 먹게 될 것처럼.
잘 짜여진 생산현장에서 정확히 자기 업무를 하는 노조간부들은 “ 뭔 일이 이렇게 앞뒤가 없냐”고 툭 던진다. 수원촛불시민들과 다양한 시민단체들은 들쭉날쭉한 작업에도 저마다 한자리씩 찾아 움직인다. 집안마다 김장방법이 다르다. “액젓이냐 멸치젓이냐”, “무채가 더 필요하다” “너무 많다”. “배추를 더 절여야 한다.” “그만 절여야 한다”. 시끌북적 아우성이다. 연대가 그렇지 않던가. 서로 달라도 김치를 완성하겠다는 마음은 같지 않던가. 다양성속에 하나됨이 연대가 아니던가. ‘과연 김장이 완성이라도 될까.’ 걱정 속에 다시 잠에 빠진다.
 
컴컴한 6시,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추위속에 절인배추 봉지를 밖으로 꺼낸다. 새벽바람맞으며 달려온 노동자와 시민들이 합세한다. 장작피운 드럼통은 연기 가득 뿜어대고 잿가루 휘날리는 대지위로 꽁꽁 언 발길들이 움직인다.
사람이 꽃이라고? 무슨 얼어 죽을 얘긴가. 그냥 잘리고 흙속에 버려져 썩고 문드러저 그냥 나무와 꽃들에 빨아 먹히던 퇴비나 자양분이 아니었던가. 저 삼성에서 잘린 노동자, 쌍용차에서 해고된 이 친구, 포레시아에서 잘려서 이혼까지 한 저 형님, 흑자기업에서 두 번이나 잘려서 10년째 싸우는 저 누이들, 파카한일유압에서 잘리고 법정을 오가는 친구들, 세계적 기업 쓰리엠에서 잘리고 벌금에 짓눌린 저 동생들, 주식갑부가 된 회장님 밑에서 최저임금 받다 해고된 주연테크의 저 자그만 누이들... 모두 저 위대한 삼성, 저 대단한 기업들에 빨아 먹혀온 한낱 퇴비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얼어붙은 대지위로 배추를 나르고 씻는 저 발길, 저 손길, 저 마음이 꽃이 되려 몸부림친다. 날이 밝자 부산의 한진노동자들, 평택의 쌍용차 노동자들, 서울의 기륭전자 누이들, 공공산업노동자, 대학생, 촛불시민, 골프장 노동자, 신부님과 신도들, 노동단체회원들, 금속산업 노동자들이 꽃이 되려 달려온다. 밭에서 뽑아 짠물에 절인 배추와 꼼꼼히 다듬고 갈아 놓은 36쪽 마늘, 파, 무, 배가 섞인다. 나르고, 버무리고, 포장하며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끌북적 뒤섞인다.

낮 11시 30분, 김치 속이 떨어졌다. 살다보면 그런 것, 해고로 밥줄이 뚝 끊기듯 때로는 그런 것. “그러게 뭐랬어. 무채 부족할 거라니까. 왜 남을 거라고 했던거야” 그건 벌써 지난일, 밥줄 이으려면 탓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 해고된 노동자들이 먹는다는데 김치 속 팍팍 넣은 연대의 푸짐한 정이 아니던가.
 



아침부터 푹 삶은 고기에 김장김치 휘휘 감아 막걸리 한사발 곁들인 점심을 먹는다. “경기지역 문화 참 좋네” 기륭전자의 누이의 얘기에 “경기지역 문화가 좋으면 이리 해고노동자가 많겠습니까” 답해놓고, ‘아니지, 해고되더라도 이렇게 김장 버무리다 한 잎 쭉 찢어 양념에 휘감에 입에 쏙 넣어주는 이 문화가 어찌 좋지 않은가’ 홀로 되새긴다.
 
떨어진 재료 금방 구해 다시 김장을 버무린다. 10년이든 2년이든 그렇게 싸워온 해고 노동자들이 찬 겨울 버티며 자란 배추가 되고 학생과 시민들의 저 표정, 저 눈 빛, 저 마음이 양념이 되어 왁자지껄 버무려진다. 배추와 마늘, 손길이 뒤섞여 김치로 완성된다. 사람이 꽃이 된다.
 
후다닥 식당을 청소하고 조촐한 안주에 술잔 앞에 놓고 인사하고 노래하고 연극보며 희망김장행사 마지막으로 달린다. 회사에서 기수열외되고 왕따되어 그 모진 세월 보내느라 넉살이 늘었던가. 한잔 걸친 저 해고노동자의 얘기에 폭소를 터트리고 자청해 노래한곡 뽑으니 찬 겨울 고생은 치매 걸린 사람처럼 어느새 잊었다.
 
작은 꽃 화분 든 한국 쓰리엠 여성노동자가 밝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아든다. “잘 모르시지만 저희는 10년에 한번 꼴로 노조 만들려고 했는데 전부 실패했고 또 싸우고 있어요” 수줍게 말 잇다가 울컥 눈물짓는다. “현장의 조합원들이 해고자들과 함께 여기 이런 자리에도 왔으면 좋을 텐데” 울음이 삼켜버린 그녀의 얘기는 어찌 이리 또렷한가. 그 마음 사무쳐 내 눈에 흐르는 뭔가를 카메라 렌즈 뒤에 가린채 닦아낸다. 우라질 이 ‘노동지옥, 기업천국’의 시절은 언제나 끝나련가. ‘복지국가, 따스한 자본주의, 생활정치’ 떠드는 정치계급에게 ‘닥치고, 투표’하면 새 세상이 오련가. 설치고 버무려 서로 나누지 않으면 그런 세상 어찌 올까. 희망김장 소식 듣자마자 김장독 미리 묻은 시그네틱스와 포레시아, 쌍용, 기륭, 이주민 센터, 파카한일 유압, 주연테크....깔끔하게 포장된 김장 박스가 하나둘 실려 나간다. 820만원 후원한 시민들과 어리버리 김장꾼의 마음이 버무린 김치는 저 해고되고 설운 노동자들 뼈가되고 살이 되어 사람 꽃을 피우리라.
 
희망김장 기획단을 맡은 ‘마녀’ 이선희가 뱉은 말, “내년엔 절대 안담글 겁니다”. 김장을 담그면서 수없이 그랬다. “그러면 내년엔 해고자 없는 세상 만들어야지” “에이, 내년엔 있어도 없다고 우기자” 그렇게 깔깔대며 웃었다. 참가자를 위한 작은 꽃화분에 한마디씩 적어 서로에게 나누며 헤어진다. 화분 하나에 쓰인 글귀에 눈이 멈춘다.

“내년엔 승리의 함성으로 (안추울때) 도청 앞에서 1만 포기를”

■ 조건준님은 금속노조경기지부 교선부장입니다.
■ 본 기사는 금속노조 기관지 <금속노동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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