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담화] 청소년, 투표소를 습격하다.[뒤담화] 청소년, 투표소를 습격하다.

Posted at 2012.04.23 18:25 | Posted in 격주간 <다산인권>/뒷담화



지난 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 전국 곳곳의 투표소 앞에는 흔히 볼 수 없던 풍경이 벌어졌다.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들이 투표소 앞에 피켓을 들고 선 것이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청소년에게도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투표를 하러 온 시민들은 혀를 차며 지나가기도 했고, 큰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거나 페이스북에 올리겠다고 사진을 찍어 가기도 했다.
 
이날 “4.11. 청소년이 없는 투표소를 습격하라! 전국 동시다발 1인시위”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활동을 해온 연대체인〈청소년 정치적 권리 보장을 위한 원탁회의>(국제앰네스티 대학생네트워크, 전 사회당 청소년위원회 다시모임, 인권교육센터 들, 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흥사단 교육운동본부)의 단체들, 그리고 홍보를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에 의해 전국 80여개 투표소 앞에서 이루어졌다. 대부분이 만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이었고, 청소년이 아니면서 지지하고 연대하는 의미에서 1인시위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이런 계획과 무관하게 우연히도 같은 생각을 하고 투표소 앞에서 “만18세 선거권” 등 각자의 목소리를 담아 1인시위를 한 청소년들도 일부 있었다.
 
현재 한국은 선거권을 만19세, 피선거권을 만25세에 부여한다. 만19세면 한국 나이로는 스무살 생일이 지난 뒤로, 보통 아동․청소년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는다.(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만19세나 만18세 미만을 청소년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의 법률에선 선거권이 없는 사람들, 청소년들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고, 정당가입도 인정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린 청소년들이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는 처지다. 
 
그렇다고 한국에 선거 말고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다른 제도나 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법제도적 문제 외에도 청소년들의 정치적 사회적 활동과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문화와 편견이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도 정치활동을 학칙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청소년들의 정치적 목소리는 미약하기만 하다.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가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인시위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요구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청소년도 인간이고 이 사회의 구성원이고 시민이기 때문에, 참여할 권리, 정치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연령은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하고, 선거운동, 정당가입 등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에 속하는 활동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로워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정치적 사회적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길을 열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온전한 인간이나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온 청소년들은, 투표소 앞에서 투표를 하러 온 시민들에게 그렇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렸다.
 
그러나 4월 11일, 더 많은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는, 정말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의 실천인 1인시위조차도 많은 어려움에 부딪쳐야만 했다. 많은 선관위 직원들이 그날 청소년들의 1인시위에 별 다른 제지를 가하지 않았지만, 또 상당수의 선관위 직원들은 청소년들의 1인시위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쫓아내려 하거나 폭언, 폭행을 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청소년들을 임의동행 식으로 연행하거나, 피켓을 압수하기도 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방해하거나 소란을 일으키는 것도 아닌, 자신들도 참여하고 싶다고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평화적 1인시위에 대해 일부 선관위 직원들과 경찰들은 자의적인 침해로 대응했던 것이다. 심지어 일부 학교들은 1인시위에 동참했던 청소년들을 징계하려고 하기도 했다. 
 
<청소년 정치적 권리 보장을 위한 원탁회의〉 등 단체들은 이후에도 계속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청.정.원〉은 4.11. 투표소 습격 이전에도 헌법재판소에 관련해서 헌법소원을 제출하고 정당들에 질의서를 보내고 거리 캠페인을 했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설문조사, 토론회 개최, 지속적으로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설명하고 요구하는 캠페인과 행동 등이 준비되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반에도 만18세 선거권을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나면서 만20세이던 선거권 연령이 만19세로 조정될 수 있었다. 청소년들이 민주주의의 사각에서 벗어날 때까지,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는 활동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 글 : 공현(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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