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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입장•성명

[성명] 설 전야, 추모조차 짓밟는 공권력을 규탄한다

밀양 유한숙어르신 분향소 침탈과 주민 폭력에 대한 규탄 성명서

 

설 전야, 추모조차 짓밟는 공권력을 규탄한다

 

▲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http://goo.gl/bTXef6)

 

 

<현장기사> 페트병에 소변... 밀양시장 너무한다 (오마이뉴스)

 

설이 코앞이다. 혈육과 이웃의 정을 찾아 고단함을 감수하며 많은 이들이 귀향길에 오른다. 누군가에겐 즐겁고 평화로운 명절인 반면 그런 정을 나눌 수 없는 이웃들과 고단한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겐 찬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지는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나누고 헤아려도 모자랄 판에 인륜을 무시하고 짓밟는 일이 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어제 오늘(27-28일) 밀양시청 공무원들과 경찰들은 고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를 짓밟았다.  밀양시청 앞에 분향소 설치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고착하고 하루 종일 화장실조차 못 가게 했다. 영정과 추모물품들을 모욕하며 빼앗아갔다. 밤새 거리에서 쇠사슬로 몸을 묶고 노숙을 해야 했던 추모자들은 침낭은커녕 깔고 앉을 종이상자조차 빼앗겼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은 추모자들의 몸과 맘을 할퀴고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를 냈다. 그것도 모자라 영남루 앞에 있던 분향소마저 철거중이라 한다. 이 모든 폭력을 지시하고 지휘한 자는 밀양시장 엄용수와 밀양경찰서장 김수환이다. 

 

이 모든 일은 지난 주말 희망버스가 밀양을 다녀가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전국에서 밀양으로 향한 시민들의 열기에 화들짝 놀란 것이 틀림없다. 송전탑 공사의 명분 없음은 속속 드러나고 밀양주민의 저항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지지는 확산되니 초조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당혹감을 폭력으로 발산하는 것은 공권력의 어리석음과 불의함을 더욱 드러낼 뿐이다. 공권력의 잘못에 대한 사회적 꾸지람과 경고를 무시하는 것은 정의로운 분노를 부를 뿐이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라는 걸 뭉개려는 권력의 오만방자함을 버리고 시민들이 원하는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밀양 주민들은 명절 앞에서 더욱 서러운 이들 중 하나이다. 송전탑 생기면 자식과 손주들이 고향 오기를 꺼려할 거라는 걱정, 농사지어도 송전탑 것이라 이제 자식들에게 먹일 수 없을 것이란 절망, 삶의 터전과 보람을 잃어가는 늙은 부모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도시를 떠나 농부의 삶을 택한 이들은 도대체 어떤 봄을 준비해야 하나. 게다가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돌아가신 이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상황이니 유족이나 이웃들의 맘은 천근만근이다.

 

당국은 이런 맘을 헤아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생채기를 낸 것이다. 산 자들에게 잔인한 당국은 가신 이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다. 당국은 고 유한숙 어르신의 죽음의 의미를 왜곡하고 모욕했다. 그러하기에 여태까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것이다. 거리에서나마 추모를 이어가고자 하는 것은 산 자들의 의무이다. 밀양시청 앞 분향소 설치는 당국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였다. 추모와 애도는 인간에 대한 예의의 출발일 뿐인데 당국은 그조차 짓밟았다.

 

추모와 애도를 통해 우리는 잃어버리거나 소홀히 했던 소중한 가치들을 되새긴다. 물신주의가 아닌 인간애의 가치를, 나쁜 발전이 아닌 좋은 삶의 가치를 되돌아본다. 추모 속에서 그런 가치들을 짓밟는 공권력과 자본 폭력의 추악한 실상을 발견한다. 또한 저들의 거대폭력에 대항할 느낌을 얻는다. 우리는 골방에서 홀로 슬퍼하는 게 아니라 같이 슬퍼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같이 슬퍼함을 통해 우리의 삶이 서로 의존하고 있으며 서로 책임져야 할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 저들의 잔인한 폭력은 바로 우리의 이런 깨달음과 느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에 자행돼온 공권력의 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폭력의 강도는 나날이 높아만 가고 있다. 그리고 그 폭력 앞에 결코 무릎 꿇을 수 없는 우리의 정당성 또한 높아가고 있다. 우리는 추모와 저항을 이어갈 것이고, 폭력 앞에 굴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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