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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구)웹진_<다산인권>

아주대, 노동조합 '정리'문서 파문 _ 안병주


요즘같이 노동이 천대받고 노동조합이 무슨 회사 말아먹는 조직처럼 생각하고 파업하면 ‘불법’ 딱지가 자동으로 붙는 시대에 ‘새로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이라고 하면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아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일을 저질렀다. 점심 좀 제대로 먹어보자고, 시급 좀 올려보자고, 토요일엔 남들처럼 쉬어보자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지난 5월 26일이었다.

그 후 5개월. 아주대학교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학생총회 자리에서 ‘이상한’ 문서가 배포됐다. ‘청소 용역관련 총무팀(학교 행정부서)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서. 학생총회 자리에서 이러한 문서가 배포된 것도 이해가 안되지만(이 날 학생총회 안건 중 아주대 청소노동자 문제가 포함되어있었지만, 성원 미달로 총회는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민노총에서 상당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대단히 주관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단기에 노조를 정리하는 건 분명 반발이 심할거라 보고 1년정도 시간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는 문구가 청소노동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10월 2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노조파괴음모’로 규정하고 학교측을 규탄했다. 뿐만 아니라 경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및 정당은 공동성명을 통해 학교당국이 청소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주대학교는 ‘법’을 근거로 모든 것은 용역업체의 책임이라는 입장에서 한 치의 변화도 보이질 않고 있다.


노동3권(勞動三權)은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서 정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말하며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거하여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정리’의 대상도 ‘불온한’ 집단도 아닌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임을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모를 리 없다. 궂은일 맡겨놓고 나몰라하는 태도는 법을 넘어 비인간적인 행위이자 헌법정신을 위반한 행위다. 

아주대학교 총장이 제시한 학교이념, ‘인간존중’. 여기서 ‘인간’이란 도대체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성명서>

아주대학교 당국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합니다.

- 노동조합은 ‘정리’의 대상이 아니라 학교의 당당한 구성원입니다 - 


‘단기에 노조를 정리하는건 분명 반발이 심할거라 보고 1년정도 시간을 두고 준비하고 있음’


이 문구는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어느 회사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인간존중’을 학교이념으로 하고 있는 아주대학교에서 흘러나온 것입니다. 지난 9월 29일 아주대학교 학생총회 장소에 ‘청소 용역관련 총무팀(학교 행정부서) 입장’이라는 문서가 배포된 것입니다. 이 문서를 두고 학교측에서는 ‘우리가 작성한 것이 아니다’ ‘총학생회에서 임의로 작성한 것이다’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주대학교가 이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그 말을 믿고 싶습니다. 노동조합을 적대시 하고 노동자들의 요구가 지나치고, 민주노총 등 외부세력의 개입 운운하며 불순한 세력마냥 여론몰이를 하는 다른 기업들과 아주대학교는 다를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이윤추구가 지상최대의 과제인 기업들과 달리 진리를 논하고 인간존중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아주대학교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걱정과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비용절감과 효율을 이유로 청소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해놓고 그곳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분들의 근무조건이 어떠한지, 임금이 얼마인지, 부당한 대우는 없는지,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그 어떠한 것도 아주대학교 당국은 책임을 지거나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은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노동조합에서는 수차례 학교당국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학교측은 ‘대화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을 핑계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 이것은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여느 기업과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현재 아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건개선, 시급인상(현재 4320원), 주5일제 실시 등에 대해 업체와 교섭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요구에 대해 어느 누구도 과하다거나 부당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교당국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이 분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귀 기울이고 함께 문제를 풀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면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학교당국은 아직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와중에 소위 ‘노조정리’문서가 발견되었으니, 학교당국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경기/수원지역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 및 정당들은 이 문제를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이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권리가 하루빨리 찾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정리’의 대상도 ‘불온한’ 집단도 아닌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임을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모를 리 없습니다. 궂은일 맡겨놓고 나몰라하는 태도는 법을 넘어 비인간적인 행위라는 게 상식입니다. 상식을 지키고, ‘인간존중’이라는 학교이념을 청소노동자들과 지역시민들에게 보여주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학교당국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합니다.



2011. 10. 24

(단체) 경기노동전선 경기민예총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다산인권센터 다함께경기남부지회 사회주의노동자정당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수원나눔의집 수원민예총 수원사람연대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수원새움장애인야학 수원진보연대 수원환경운동연합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 오산노동자문화센터 오산다솜교회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오산이주여성이권센터 전국학생행진 풍물굿패삶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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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주님은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