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슈] 에버랜드에서 버려진 25살 사육사의 꿈[인권이슈] 에버랜드에서 버려진 25살 사육사의 꿈

Posted at 2012.03.20 17:48 | Posted in 격주간 <다산인권>/인권이슈/현장

에버랜드에서 버려진 25살 사육사의 꿈

 



화창한 3월의 어느 날,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커피를 마시며 거니는 태평로에 한 여성분이 울고 있었습니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손수건으로 눈물, 콧물을 훔치며 고개를 떨군 채 하염없이 떨고 있었습니다. 찬란한 햇살 속에 펄럭이고 있는 삼성의 깃발. 3월 15일의 그 거리는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날이었으나, 태평로 삼성 본관 앞, 그 앞에서 울고 있는 이 분에게는 1월 6일 이후 멈춰 버린 날 중의 하루였습니다. 눈부신 햇살 아래 멈춰버린 듯한 그 장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삼성 본관 앞에 계신 그 분은 김주경씨의 어머니셨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게 되는 그 날이 과연 언제쯤 오게 될까요?

 
지난 1월 6일 삼성 에버랜드에서 사육사로 일했던 김주경이라는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육사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녀가 떠난 지 두 달. 아직 그녀 죽음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삼성은 그녀의 죽음을 ‘술 먹다 넘어져 다친 것’이라며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있습니다.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던 직원이 죽었으면 그에 대한 조의를 표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게 당연한 일 일 것인데, 삼성은 그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김주경씨의 죽음을 개인의 과실로 치부하는 것도 모자라, 부모님을 감시하고, 회유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았습니다. ‘김주경씨의 부모가 돈을 바란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직원교육시간에 버젓이 하였습니다. 이게 어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품고 있는 기업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사람이길, 사람답길 포기한 자본과 착취의 얼굴, 그게 김주경씨의 죽음 이후 본 삼성의 모습이었습니다.

 
3월 15일. 김주경씨 산재신청 기자회견을 삼성 본관 앞에서 진행하였습니다.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에 부모님도 함께 참석해주셨습니다. 멀리 전라도 광주에서 새벽부터 딸의 기자회견에 함께 하러 오신 부모님에게 삼성이 보여준 건 감시, 그 것 밖에 없었습니다. 기자회견 내내 사진을 찍고, 녹화하고, 주시하고, 딸을 잃은 부모에게 그들이 보여준 건 감시, 그뿐이었습니다. 한국 최고의 기업이라는 삼성이, 세계 초 일류기업이라는 삼성이 보여준 그 치졸한 태도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사람의 얼굴이길 포기하고, 같은 직원의 죽음을 채증하게 만들어 다른 직원들마저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삼성. 과연 한국 최고의 기업, 세계 초 일류기업이라 할 수 있을까요?

 
3월 15일. 김주경씨의 산재 접수를 했습니다. 김주경씨의 죽음은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그녀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하여, 면역력이 약해져 결국, 원인모를 균에 감염되어, 죽음으로 몰고 간 그녀가 일했던 직장 에버랜드의 책임이라고. 아파도 의무실에 갈 수 없는 노동환경을 만든 에버랜드의 책임이라고, 패혈증에 몸이 괴사되어도 ‘무단결근 안돼, 동물원에 가야해’ 라고 외치던 한 꿈 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삼성 에버랜드의 책임이라고. 그래서 결국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았던 25살의 꿈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삼성 에버랜드. 그녀가 끝내 살지 못했던 나머지의 날들에 대한 보상을 위해서라도 꼭 그녀가 산재인정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이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그녀가 일했던 그 곳! 에버랜드의 책임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아직도 딸을 잊지 못해 납골당을 찾는 그녀 부모님의 눈물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아직도 딸의 방을 치우지 못하는 어머니의 저린 마음, 거리에서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다독여지지 않을까 합니다. 


■ 글 : 안은정(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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