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랑길의 육아일기⑤] 엄마에게 봄이 왔어![맹랑길의 육아일기⑤] 엄마에게 봄이 왔어!

Posted at 2013.03.11 15:47 | Posted in 칼럼/맹랑길의 육아일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요즘 시대는 마을은커녕 아이가 엄마, 아빠 얼굴보기도 힘든 시대입니다. 맹랑길님 역시 육아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물론, 아이를 통해 새삼스레 배우는 것도 많은 요즘입니다. 맹랑길님의 육아일기를 살짝 엿볼까요?





정토회 법륜스님의 책이나 글을 보면 아이는 무조건 세 살까지 어린이집이나 남의 손이 아닌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얼마 전 이웃집 새댁 남편이 법륜스님 강연에 갔다가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듣고 와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그것만은 지켜보자고 새댁에게 은근히 기대를 걸었단다. 새댁은 일과 공부로 너무 바쁜 사람인데 말이다.
 
나도 처음 이 내용을 접하고 결혼을 안 하신 스님께서 어찌 이런 말씀을 하실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그 말은 즉, 세상 사람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는 무슨 도리 같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리, 좋다. 지켜서 나쁠 거 없다.
세 살까지는 아이의 기초가 마련되는 시기이고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간을 엄마와 나누고 함께 공유하는게 좋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불안하지 않고 안정감 있게 커 나가는 데 엄마만큼 좋은 상대는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상유가 세 살까지는 어린이집 같은 곳에 기대지 않고, 엄마인 내가 먹이고 키우고, 자라게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내 아이의 첫 선생이 되어볼테야, 라고 굳게 다짐했던 시간은 2년여를 고스란히 던져 헌신한 나머지 더 이상의 에너지가 없다는 판단과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에 묻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내 안의 갈등은 있었지만 결정하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지난 겨울, 허구한 날 내리는 눈과 추위로 집에 갇혀 있는 시간이 참 답답했다. 그렇다고 못나갈 나도 아니었지만 외출 한번 하려면 씻고, 입고, 챙기고 등의 준비과정이 너무 귀찮아 포기한 적도 많았다. 무조건 밖에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도 안스러웠고, 그런 아이와 잘 놀아주지 못하는 엄마는 많이 지쳐있었다.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나는 적잖이 실망을 했다. 집에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은 포화상태라 갈 수 없는데다 아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어떤 어린이집이 괜찮은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후배의 소개로 믿을만한 가정어린이집을 알게 되었지만 매일 자가용으로 등하원을 시켜줘야 하는 부담으로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대기를 올린 게 순서가 되어 3월부터 어린이집에 등원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어린이집이 결정되면서 나는 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었다. 며칠 후면 하루에 단 몇 시간이라도 내 시간이 주어지겠지, 하는 생각이 그 어떤 희열을 주는 듯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나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도 생각해 보았다. 일단 큰 그림은 나중에 그리기로 하고,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꼽아봤는데 뜻밖에도 ‘쉼’이라는 단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왠지 내가 측은해 보였다. 육아라는 게 남들이 하고 우리 엄마들이 다 하니까 그저 세상 엄마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사자가 되면 그 각각의 어려움이 현실을 슬프게 만든다. 그 누구에게 말하는 것조차 구차해 포기하는 게 한 두 개가 아니라는 것. 물론, 나와는 정반대로 육아의 힘듦이나 어려움을 슬기롭고 즐겁게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엄마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교육, 환경, 먹거리 등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눌 친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친구들과 만나자면 거리도 멀고, 늘 아이를 매달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나를 더 외롭게 했던 것 같다.
 
하루에 몇 시간이지만 아이가 엄마와 분리되어 어린이집에서 느낄 감정들을 생각하면 머리 속이 복잡해지긴 한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아이와 24시간 붙어서 잘 놀아주고 보살피는 엄마도 좋지만 에너지가 가득 충전되어 더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아이를 대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가 짜증이 있거나 화가 난 상태라면 아이를 대하는 데도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교사가 이런 말을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놀고 먹고 하는 시간에 엄마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 어느 때 보다 환영하고 반기며 놀아줘야 한다”고 말이다.
이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무작정 쉬고, 놀기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이 들었다.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늘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왔을 때 열렬히 환대해 주는 일, 그리고 그 하루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제일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2013년 봄이 이렇게 왔다.

■ 글 : 길은실 (벗바리이자 다산인권센터 육아 통신원?) 
  1. 미수
    난 그 법륜스님의 엄마수업 읽으면서 툴툴툴툴~ 수행한 사람들도 아마 직접 애를 키우면 책 속의 말들을 지킬 수 있을까 싶었어요.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데, 실제로 마음이 동하니까 할 수 있는 거지 누가 돈주고 그 엄마 노릇하라고 하면 아마 몇시간도 안되서 도망가지 않을까요? 실제로 바로 앞 놀이터만 가려해도 옷입히고 가기 전 갔다와서 해줘야할 걸 챙기고.. 차라리 집을 어질러 놓더라도 그냥 그래라 하게되지요~ 모르는 사람들은 애 키우는데 씻기고 밥먹이고 재우면 됐지라고 말하지만, 그걸 준비하는 과정과 실행하는 과정이 얼마나 고단하고 지루한지.. 애가 기계가 아니라서 또 생각만큼 따라주지도 않고.. 정말 하루종일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다른 거에 관심이라도 가져볼라 치면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하는게 현실이지요. 그래서 엄마는 눈이 늘 쾡해있어~~~ 아이도 엄마랑 집에만 있음 맨날 짜증내니까 자연스레 "나 어린이집 갈래~"라고 말하더라구요. 여튼, 엄마의 봄 그거 짧은 시간이라도 즐길 수 있길! ^^
    • 맹랑길
      2013.03.21 11:13 신고 [Edit/Del]
      미수씨~~ 둘째 출산하고 몸은 좀 어때요? 한번가야지 하면서 못갔네요. ㅋㅋ 엄마라면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기쁨과 행복도 많지만 엄마만이 해줘야 하는 고단함 때문에 많이들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더욱이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이 아이를 키우기에 편하면서도 불편함이 많아요.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적잖아요. 미수씨도 머지 않아 둘째가 걷고 어린이집 갈 때쯤이면 더 화사한 봄이 올거에요. 응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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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랑길의 육아일기④] 아이와 환경[맹랑길의 육아일기④] 아이와 환경

Posted at 2012.11.22 19:07 | Posted in 칼럼/맹랑길의 육아일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요즘 시대는 마을은커녕 아이가 엄마, 아빠 얼굴보기도 힘든 시대입니다. 맹랑길님 역시 육아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물론, 아이를 통해 새삼스레 배우는 것도 많은 요즘입니다. 맹랑길님의 육아일기를 살짝 엿볼까요?



아침산책길, 아빠와 빨간 열매를 맛보다.



아이엄마들과 만나 수다를 떨거나 간식이라도 먹는 날이면 그날 모인 집에서는 물티슈가 수북이 쌓인다. 종이휴지를 쓰거나 걸레를 빨아 닦아도 될 일도 물티슈를 쏙쏙 뽑아 사용하는 일이 너무 대수롭지 않다. 특별하게 더러운 것을 닦은 것도 아니고, 작은 오물 하나 닦았을 뿐인데 물티슈는 제 수명을 다하고 그만 휴지통으로 가버린다. 질긴 저 물티슈가 썩어 땅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나도 사용을 하면서도 마음은 불편하다.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는 것도 나쁜 습관이지만 한번쯤 물로 씻어 재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다 보면 사용 안할 수 없지만 가능한 적게 사용하는 게 아이를, 지구를 위해서 옳은 일이지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별의 수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 전기, 물 등을 떠올리면 나는 소비를 위해 태어난 인간 같다. 한 사람이 온전하게 먹고, 씻고, 자고, 읽고, 숨 쉬며 살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묵인하고 있는 건지 모일 일이다.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 종이기저귀를 착용하고, 각종 유해물질이 들어있는 식품과 용품들을 먹고, 사용하며 자란다. 집안에서는 가전제품이 품어내는 전자파, 집밖에 나가면 자동차 매연으로 숨이 막힌다.
물건들을 생산하기 위해 또 다른 쓰레기를 배출하고, 자본 속에서 거래를 하는 동안 이 땅의 환경은 조금씩 썩어가고 있다. 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쓰레기와 우리가 사용한 오물들은 저 먼 바다에 투기되기 일쑤고 버리기 위해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지금의 현실이다. 부모세대와는 다른 환경, 시대 속에서 살아야할 아이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막막하고 미안해질 일인데도 딱히 지구와 아이들을 위해 노력들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커다란 딜레마다.

지난해 겨울, 우리 가족은 수원 칠보산 자락에 이사를 왔다. 낯설고, 아파트 단지의 삭막함도 있었지만 단지 밖을 나가면 그동안 내가 도시에서 살면서 접하지 못했던 자연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칠보산의 봄과 여름, 가을을 만날 수 있었고, 두 번째 겨울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틈만 나면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칠보산 자락으로 나갔다. 시원한 계곡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 앉아 편하게 쉴만한 곳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산 아래 풀과 나무와 숲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었다. 그리고 이따끔 아이 볼을 스쳐가는 바람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더운 여름날, 어김없이 산책을 하고 돌아오다가 아이는 더위에 지쳐 잠이 들었다. 참매미가 요란하게 울고 있었는데 나는 문득 수많은 아파트 단지를 보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 곳에 사는 사람들은 휴일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걸까? 
남편은 내 물음에 집에서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 쐬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거라고 했다.

수려한 자연환경은 아니어도 풀도 만져지고, 주변의 농사 구경도 하고, 바람도 느껴지는 이 환경을 왜 함께 누릴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에어컨 바람보다는 백만 배 몸에 좋은 공기를 마시며 더 많은 이웃들을 산책길에 만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우리나라 어디를 다녀도 공사판이고, 매일같이 산과 강이 사라지고 있다해도 일상생활에서 아이와 함께 지키는 작은 실천들이 저마다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가 한 일 때문에 저 먼 바다의 고기들이 더러운 쓰레기와 살지 않아야 하고,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파괴되지 않고, 북극의 백곰들이 오랫동안 터를 잡아 살아가기를 바래야 한다.
 
그리고 제주도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가 왜 지켜져야 하는지, 밀양의 송전탑 건설로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공동체가 파괴되어 평생 농사 지으며 살아오신 할머니들이 지금 이 땅에서 송전탑 때문에 어떤 싸움을 하고 계신지 잊지 말고 꼭 이야기해 줘야 할 것이다.
 

■ 글 : 길은실 (벗바리이자 다산인권센터 육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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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랑길의 육아일기③] 스마트폰은 아이를 유익하게 할까[맹랑길의 육아일기③] 스마트폰은 아이를 유익하게 할까

Posted at 2012.09.25 15:38 | Posted in 칼럼/맹랑길의 육아일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요즘 시대는 마을은커녕 아이가 엄마, 아빠 얼굴보기도 힘든 시대입니다. 맹랑길님 역시 육아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물론, 아이를 통해 새삼스레 배우는 것도 많은 요즘입니다. 맹랑길님의 육아일기를 살짝 엿볼까요?






현대판 곶감 같은 스마트폰은 우는 아이는 물론이고, 때 쓰고 말 안 듣는 아이까지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괴물같지만 결코 손에서 버릴 수 없는 존재 스마트폰. 
나 역시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고 하루가 멀다하고 친정엄마에게 꾸지람을 듣는 데도 그 몹쓸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아이 엄마들에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사용은 흔한 일이 됐으며 그것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 되었다. 급한 볼 일을 보거나 집안일을 할 때, 아이의 방해 없이 온전하게 일을 진행하고 싶을 때 건네는 스마트폰에는 아이를 유혹할 수 있는 각종 동영상, 노래, 춤 등이 지나간다. 특히 사람들이 많은 식당에서 엄마가 밥을 제대로 먹고자 한다면 효과는 만점이다.
 
성인에게도 편리하고 매력적인 스마트폰이 어린 아이들에게도 신기하고 매력적인 물건은 틀림없다. 어린 상유도 스마트폰 영상에 반응을 하고 한참을 터치하다가 마음대로 안되면 바닥에 던지기 일쑤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은 상유의 장난감이 되곤 한다.

어떤 아이엄마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자 반응도 잘하고 한 시간 이상 집중을 하길래 자주 놀게 해줬다가 발달장애로 이어지는 사례를 TV에서 본적이 있다. 아주 극단적인 예이긴 하나 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어디 스마트폰뿐이겠는가. 컴퓨터게임과 TV시청 등 자제와 절제가 필요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아직 뇌가 성장하기 이전의 아이들에게 한쪽으로만 자극을 주다보면 뇌의 불균형이 온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고, 게임이나 영상물에만 빠져있는 아이들이 난폭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가 많은 것도 원인을 살펴보면 이런데서 비롯될 것이다. 

TV없이 살고 있는 우리집은 처음에는 적막함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들이 습관에 젖어 살듯이 그것도 익숙해지자 적막함과 고요함을 나는 참 좋아하게 되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상유가 태어나서 필요 이상의 소음과 영상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집에만 TV가 없지, 집을 나서는 순간 어딜 가나 쉽게 만나는 것도 TV이다. 라디오를 켜서 시사뉴스프로그램도, 유행가도,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도 같이 듣고, 상유가 좋아하는 동요를 듣는 시간도 꽤 즐기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이 TV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문제의 시작은 너무 심심하다는 것이다. 책을 봐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충족되지 않은 상유의 욕구가 보이는 것 같았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외출을 하고 놀이터를 가긴하지만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외출만이 해결은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자꾸 유혹하곤 한다. 
가끔은 아이들 모두가 좋아한다는 '뽀로로'나 실컷 보여주며 좀 쉬어보자는 엄마의 이기적 생각과 아이의 건강한 생활 사이에서 매번 갈등이다. 건강한 아이의 조건이 TV가 있고 없음이 아니지만 없던 물건이 집에 생기면 그 물건에 빠져 사는 시간이 많고 다시는 없애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더 고민스럽다. 아이 뿐 아니라 부모 역시 그 유혹은 피해갈 수가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이와 나누는 삶에서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아이와 공감하고, 안아주고, 눈을 마주치고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힘든 일에 맞닥뜨렸을 때 분명 바탕이 되고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근원이 될 거라 나는 믿는다.
 
아이 앞에서 핸드폰으로는 통화만 해보자는 엄마의 다짐이 이번 글로 하여금 좀 더 오래갔으면 한다. 그 시간에 상유와 몸을 부딪히며 까르르 웃어도 보고 없는 실력이지만 목청껏 노래도 실컷 불러줘야겠다.

■ 글 : 길은실 (벗바리이자 다산인권센터 육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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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랑길의 육아일기②] 장난감에 평화를[맹랑길의 육아일기②] 장난감에 평화를

Posted at 2012.08.20 20:10 | Posted in 칼럼/맹랑길의 육아일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요즘 시대는 마을은커녕 아이가 엄마, 아빠 얼굴보기도 힘든 시대입니다. 맹랑길님 역시 육아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물론, 아이를 통해 새삼스레 배우는 것도 많은 요즘입니다. 맹랑길님의 육아일기를 살짝 엿볼까요?





아침을 먹고 잠을 자던 상유가 깨서 울고 있었다. 얼른 달려가 아이를 꼭 안아줬지만 아이에게는 이미 어떤 두려움이 가득했다. 아들의 단잠을 깨운 건 저 하늘을 나는 전투기 비행 소리였다.
공군비행장이 있는 수원 끝자락에서 살던 나는 그 전투기 소리에 익숙하다. 지난 겨울, 나는 비행장과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됐는데 전투기 소리가 그동안 듣던 소리와 차이가 있었다. 예전에는 먼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였다면 이제는 전투기 한번 지나갈 때마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아찔하고 요란한 굉음이었다. 전쟁이 난다면 이런 소리를 하루에도 수십 번 들으며 생을 마감할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 하게 만들었다.

먼 훗날의 이야기겠지만 아이가 알아듣고 질문할 때 쯤 책과 학교가 아닌 엄마에게 전쟁이 뭐냐고 물어오면 나는 어떤 식으로 답해줘야 할까.
국가 간 전쟁을 하는 이유 따위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누구도 누군가의 생명을 함부로 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나 역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배운 말과 정의는 이렇듯 생명을 존중하나, 지구 곳곳에서 전쟁으로 쓰러져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은 부연 설명이 필요할까.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장난감의 세계는 놀라웠다. 여자아이에게는 인형놀이나 소꿉놀이, 남자아이에게는 구슬치기나 딱지치기가 전부였던 나의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장난감은 진화하고 있었다. 주방놀이, 병원놀이, 학교놀이 등 없는 놀이가 없을 정도로 아이들 장난감은 어른세상의 축소판이었다. 전쟁놀이 장난감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조금 위안을 삼았다.
딱히 가지고 놀지 않아도 크는데 지장 없을 것 같은데 엄마들은 개월수 성장에 따라 다양한 장난감과 놀이를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나 역시 아이가 심심해 한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욕심으로 구입한 장난감이 집안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어지럽히고 있다는 사실. 늘 구입하고 후회하는 편이다.

요즘 나오는 장난감이란 게 대게 플라스틱 제품이 많은데 과연 저것들이 아이의 감성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다. 환경오염은 물론이고, 모든 사물을 입으로 가져가는 구강기 시기에는 건강도 걱정된다. 아이의 정서를 생각하면 나무로 된 장난감을 찾으면 좋겠지만 부모의 주머니 사정은 언제나 좋지 않아서 장난감을 살 때마다 고민될 뿐이다. 

상유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그 집의 아이 엄마가 장난감 칼을 상유에게 꺼내주었다. 버튼을 누르면 음악도 나오고, 무슨 명령조의 말도 나와 아이의 시선을 끌만한 장난감 칼이었지만 나는 이내 불편해졌다. 친구 엄마가 눈치 채지 않게 조용히 칼을 내려놓았다.(이 엄마에게 장난감 칼과 총에 대한 나의 생각을 조만간 이야기할 계획이다)
딸이었다면 덜 했을 장난감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남자아이들에게 장난감 칼과 총은 여전히 사랑받는 존재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칼과 총이라는 게 아무리 장난감이어도 무기의 형태이고, 그것을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아이들은 그 행동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따라한다. 영화나 TV, 인터넷게임을 통해 폭력이 모방되고, 모사된다. 
좀 더 평화적인 놀이감이 없을까? 늘 질문하면 돌아오는 대답, “자연”이라는 위대한 놀이가 있지 않은가. 도시의 아이들에게 자연과 만나는 일은 어렵거니와 대부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은 자연보다는 키즈카페나 테마파크, 실내수영장 같은 곳을 찾는 일에 익숙해졌다.

어느날 갑자기 지하철에서, 길을 걷다가, 묻지마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이 세상이 엄마인 나는 벌써부터 걱정거리가 참 많다. 어디 그뿐일까. 도로의 즐비한 차는 뛰어노는 아이들을 위협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당하는 왕따는 어른들의 전쟁만큼이나 큰 상처가 된다. 우리가 버려야할 폭력이란 게 생활 속에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언젠가 아이가 장난감 칼과 총에도 관심을 보일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을 사달라고 조르고 애원할지도 모른다.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왜 무기장난감을 사 줄 수 없는지 겨우 두 살인 아들의 눈높이에 맞는 답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금부터 준비해둬야겠다.


■ 글 : 길은실 (벗바리이자 다산인권센터 육아 통신원?) 
 

  1. 공동육아에서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필요없다고 얘기합니다. 아이들은 장난감이 없어도, 텔레비전이 없어도 스스로 노는 법을 터득할 줄 알고 더 잘 논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주변 아이들과도 잘 놀게 된다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와 텔레비전, 그리고 주변의 친구들의 현란한 장난감은 아이의 눈에 반짝 반짝 비춰주고 있고 소유욕을 불타오르게 만들곤 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아이와 함께 만들어보는 장난감도 좋은 방법일거란 생각이 드는대요.
  2. 우유팩으로 만든 딱지, 실뜨기, 종이접기, 주변 나뭇가지로 산가지놀이 하기, 등등등..
    우리가 조금만 찾아보고 살펴보면 플라스틱, 위험한 장난감이 아니라 안전하고 보호자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가는 놀이감은 많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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