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지키려는 안보인지, 다시 물어봐야할 때누굴 지키려는 안보인지, 다시 물어봐야할 때

Posted at 2011.09.20 15:03 | Posted in 격주간 <다산인권>/인권이슈/현장
박진


제주여행에서 돌아온지 일주일만에 제주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은 건, 부채의식때문이었다.

갈 때마다 해가 졌기에 어두운 밤바다 그늘에 가린 구럼비 바위는 연민과 애착의 대상이 되기 전이었다. 한주 전, 마을에 갔을 때도 강동균 마을회장을 빼앗긴 어수선한 날인지라 마을 사람들과 제대로 대면하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나에겐 강정을 지켜야하는 구체적 사연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행정대집행의 소식이 흘러나오면서부터 그곳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평화비행기보다 먼저 가야할 이유가 있었다. 구럼비 바위와 연선호 군락지가 무너지는 날이 만약 온다면, 그곳에 있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이유는 대추리였다.

‘미군기지 확장이전’ ‘평화적 생존권’ ‘국가안보’ ‘반전 평화’... 건조한 워딩으로 되짚을 수 없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대추리. 한국 국방부와 미군, 그리고 경찰이 대추리에서 벌였던 가공할 국가폭력의 경험은 강정 마을에서 벌어질 일을 예상하게 했다. 대추 초등학교에 있었던 허리 굵은 나무, 낡은 미끄럼틀. 저녁마다 붉게 타올랐던 노을, 미군기지 철조망을 기어올라 열매 맺은 호박넝쿨, 불타올라 사라진 무인상...그런 것들이 구럼비일테니까.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평화비행기가 도착하기 전, 마음이 급했던 해군과 정부는 구럼비 바위로 가는 모든 길에 높은, 팬스라 불리는 장애물을 설치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했다. 새벽 5시 어스름한 해도 없는 마을에 사이렌이 울렸다. 새벽 5시, 새벽 6시면 사이렌이 울리던 대추리와 다르지 않았다. 육지에서 왔다는 경찰들은 신속하고 기민하게 명령대로 움직였다. 접근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연행하고 검거했으며 포크레인을 동원해서 평화의 진지를 하나씩 부숴나갔다. 어두움이 걷히면서 드러난 사람들의 얼굴은 땀과 피로, 흙덩이들로 얼룩져 있었고 무엇보다 이 모질고 야만적인 국가에 대한 분노로 어지러웠다. 이들을 절망에 빠뜨리면서까지,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해군기지. 그 해군기지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 곳에서 내가 만난 질문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안보논리

해군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이유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해양영토 보호를 위한 기동전단 수용 기지 건설이 필요하며, 국가경제, 전략적 측면에서 남방해역 해상교통로와 풍부한 해저자원 확보를 위해 해군기지 건설이 필요하며, 기존기지들이 기동부대 전력 수용에 부적합하므로 추가적 기지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으로 거대 크루즈들의 정박이 가능한 국제적 미항을 건설해 지역경제에도 이익을 주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군의 설명에 아랑곳없이 지난 4년을 싸워온 강정의 사람들은 건설되는 해군기지의 목적이 ‘미군의 기동전단이 사용하는 기항지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전략적 중심축이 대서양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기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필연적으로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에 휘말리게 될 안보 위협을 동반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의심은 강정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국제 안보를 염려하는 평화활동가들의 걸음을 강정으로 재촉하고 있었다.

조작된 절차

한편으로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했다는 주장조차 거짓이었다. 화순항과 위미에서 주민들의 반대에 밀린 해군은 급작스런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강정인구 1,900명 중 불과 80명이 모인 마을 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결의가 이뤄졌다며 2007. 5. 14. 해군기지 강정동 유치결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강정마을 임시총회까지 충분한 정보공개는 물론, 토론회나 설명회조차 개최되지 않은 비밀스런 결정이었다. 결국 2007년 8월 10일 마을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결의를 주도한 마을이장을 해임시켰는데, 당시 투표에는 마을주민 436명이 참가해 유효 투표수의 95.4%인 416명이 마을이장 해임에 찬성하였고, 열흘 후인 2007년 8월 20일에는 공개적으로 "해군기지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 마을주민 725명이 참가해 유효 투표수의 94%인 680명이 유치에 반대했다.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안보민주주의에 대한 질문

우리 사회에는 ‘국익’ ‘안보’ ‘평화’라는 국가의 결정이 정해지면 어떠한 조작과 편법, 반인권이 판을 치더라도 입 닥치고 국가의 말에 따르는 것이 애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병에 이은 평택미군기지이전, 무건리 훈련장 확장 등 수많은 평화의 문제는 국익과 안보 앞에 힘을 잃었다. 문제는 절차가 무시되고 원인이 왜곡되는 ‘안보’가 정말 지키고자하는 대상이 누구냐는 것이다. 구럼비를 지키고 싶다는, 자기가 살던 땅에서 그대로 살게 하고 싶다는 그들의 소박한 이유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이해시키지도 못하며 우격다짐으로 만들어낸 그 ‘안보’가 절대 절명의 순간에 누구를 지킬 수 있을까라는 문제다. ‘안보 앞에 평화없다.’고 외치는 목에 핏발선 우익 노인네들은 지킬 수 있겠는가.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고 만들어낸 편법과 협잡이, 결론에 있어서는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국민을 지킬 수 있을까? 4년을 싸워 온 강정은 묻지마 ‘안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나야할 ‘안보’의 정의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결국 그래서 나는 대추리에서 5년 전에 만났던 국가폭력의 얼굴을 강정에서 또 한번 대면했다. 날것의 폭력 앞에서도 두려움은 없었다. 왜냐면 “해녀 엄마가 바다로 굴 따러 간 사이 하루를 놀아주었던 따뜻한 구럼비와 용천수를 지키고 싶다.”는 강정주민의 그 순박한 대답이 “수천톤의 미사일을 싣고 정박한 거대한 이지스함으로 네 평화를 지키고 싶다.”는 힘 있는 대답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훨씬 강해보였기때문이었다.

이런 사람들의 믿음이라면 평화와 안보가 나의 것이겠구나. 나와 그들을 때리고 잡아가면서까지 굴복을 강요하는 국가 따위는 거짓에 불과할 테니까. 지금 필요한 것은 ‘안보’에 대한 거짓말이 아니라 안보에 대한 믿음을 다시 줄 수 있는 안보민주주의 아닌가. 강정에서 만난 질문과 대답은 그것이었다.
  
* 박진 님은 다산인권센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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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안보’에 깔려버린 양심의 실현‘국가’와 ‘안보’에 깔려버린 양심의 실현

Posted at 2011.09.20 15:00 | Posted in 격주간 <다산인권>/인권이슈/현장
승규

사진출처 : 전쟁없는 세상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중요한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 집중을 할 수 없었던 지난 30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초조하게 만지작거리고 있던 중 한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두 건 모두 합헌 났어요 - 참담 합니다’

그리고 퇴근길에 관련 기사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핑 돌게 한 이 사진... 과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병역법 88조 1항과 향토예비군설치법 15조 8항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병역법 88조 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대나 소집에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향토예비군 설치법 15조 8항은 예비군훈련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받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2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 조항이다.

특히 병역법 88조 1항의 경우 2004년 8월에 이미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그러나 7년 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라 일말의 희망을 갖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역시 2004년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수감 생활을 견뎌야 했었다. 그런 경험을 갖고 있던 터라 이번에는 새로운 판결이 내려져 병역거부를 선택하려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6대 2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헌법에 합당하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입장이었다.

결과를 접한 직후 답답한 마음에 ‘그럼 공개변론은 왜 하였느냐!’란 트윗을 날렸다. 작년 11월, 앞선 두 조항의 위헌제청에 대한 공개변론이 진행된 적이 있었다. 당시 참석한 이들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와 관련된 긴 동영상을 지켜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의미 있는 과정들이 헌법 재판소의 결정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다수의 재판관들에게 느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UN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 18조는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라고 되어있다.

헌법재판소에선 B규약 18조에 대해 병역거부에 관한 법적인 구속력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병역거부권을 명문으로 인정한 국제인권조약은 아직 존재하지 않으므로 국제법 존중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 6조 1항에도 위반되지 않는다는 걸 판시했다. 그렇지만 UN에서는 B규약 18조에 따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도출할 수 있다고 밝히며 2004년을 비롯하여 오랫동안 수차례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 회원국에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못하여 구금당하는 이들에 대해 전과의 말소와 충분한 배상을 해줄 것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이 정당한 것이라면 UN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분명히 헌법재판소에선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서 ‘양심실현의 자유’를 도출하고 있다는 판례가 있는데 그럼 UN에서 말하는 것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헌법재판소에선 안보와 병력자원 문제를 들먹이고 있는데 그럼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는 37조 1항은 무엇인가. 편의에 따라 적용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것이 진정한 법이라 할 수 있겠는가.

앞선 2004년 판결에선 다수 재판관이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를 입법부와 행정부에 도입하라는 요구라도 하였는데, 이번엔 그런 언급조차 없었다. 헌재 판결문상에선 병역거부에 대한 심사의 곤란성을 언급하였는데 병역 거부자에 대한 판결은 처벌을 목적으로 두는 것이라 법정에서 심사하고 있고, 대체로 선고하는 징역이 (금고) 1년 6월로 중형이긴 하지만 현역복무기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그 역시도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관계가 간단하기 때문에 공소장은 가볍지만, 젊은이에게 쉽사리 족쇄를 채워줄 수 없어 일선 판사들이 위헌제청을 한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그러한 요청에 정당한 사유가 아니니 고민하지 말고 법대로 처리하라고 냉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예비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예비군과 관련된 조항의 경우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다루게 된 상황이고 현역이나 보충역과 달리 병역의 의무를 다한 경우라서 현실과 형평성 문제에선 자유로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많은 이들이 이 사안에 대해선 병역거부자에 대한 판결과 달리 헌법 불일치 정도는 기대해볼 만하다고 예측을 했었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 다수 재판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소집통지서를 받은 예비군 훈련에 불응한 것이므로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자에 대하여 이전에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새로이 부과된 예비군 훈련을 또다시 거부하는 경우 그에 대한 형사 처벌은 가능’ 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시 말해서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이유로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수차례 맞더라도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2007년 국가인권위에선 이에 대하여 더는 처벌하지 말라고 하며 실제로 총 예비군 복무기간이 얼마 되지 않고 이미 의무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그 기간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사회봉사로 돌려서 복무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에선 국가안보를 빌미로 장년들에게까지 끝까지 총을 쥐여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선 사진에서 울부짖는 주인공은 이달 14일 법정구속을 당할 예정이었다. 이들처럼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수많은 병역 거부자들이 행형시설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역의 세월은 5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

올해 8월 현재 수감 중인 병역 거부자들은 8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속적인 이중삼중의 감시 속에서 남은 복역기간을 채워야 하고 그 이후에도 전과자로서 사회의 눈총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사회통합만이 가치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 한 사람도 스스로의 양심과 사상 때문에 비국민으로 버려지지 않아야 한다. 병역거부권은 시기상조의 대상이 아니라 만시지탄의 대상임을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할 때가 아닐까.

참조) 병역거부 관련동영상 http://tln.kr/63an5 입니다.

* 승규 님은 다산인권센터 벗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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