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노동조합 '정리'문서 파문 _ 안병주아주대, 노동조합 '정리'문서 파문 _ 안병주

Posted at 2011.11.01 12:38 | Posted in 격주간 <다산인권>/인권이슈/현장


요즘같이 노동이 천대받고 노동조합이 무슨 회사 말아먹는 조직처럼 생각하고 파업하면 ‘불법’ 딱지가 자동으로 붙는 시대에 ‘새로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이라고 하면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아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일을 저질렀다. 점심 좀 제대로 먹어보자고, 시급 좀 올려보자고, 토요일엔 남들처럼 쉬어보자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지난 5월 26일이었다.

그 후 5개월. 아주대학교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학생총회 자리에서 ‘이상한’ 문서가 배포됐다. ‘청소 용역관련 총무팀(학교 행정부서)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서. 학생총회 자리에서 이러한 문서가 배포된 것도 이해가 안되지만(이 날 학생총회 안건 중 아주대 청소노동자 문제가 포함되어있었지만, 성원 미달로 총회는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민노총에서 상당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대단히 주관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단기에 노조를 정리하는 건 분명 반발이 심할거라 보고 1년정도 시간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는 문구가 청소노동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10월 2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노조파괴음모’로 규정하고 학교측을 규탄했다. 뿐만 아니라 경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및 정당은 공동성명을 통해 학교당국이 청소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주대학교는 ‘법’을 근거로 모든 것은 용역업체의 책임이라는 입장에서 한 치의 변화도 보이질 않고 있다.


노동3권(勞動三權)은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서 정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말하며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거하여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정리’의 대상도 ‘불온한’ 집단도 아닌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임을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모를 리 없다. 궂은일 맡겨놓고 나몰라하는 태도는 법을 넘어 비인간적인 행위이자 헌법정신을 위반한 행위다. 

아주대학교 총장이 제시한 학교이념, ‘인간존중’. 여기서 ‘인간’이란 도대체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성명서>

아주대학교 당국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합니다.

- 노동조합은 ‘정리’의 대상이 아니라 학교의 당당한 구성원입니다 - 


‘단기에 노조를 정리하는건 분명 반발이 심할거라 보고 1년정도 시간을 두고 준비하고 있음’


이 문구는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어느 회사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인간존중’을 학교이념으로 하고 있는 아주대학교에서 흘러나온 것입니다. 지난 9월 29일 아주대학교 학생총회 장소에 ‘청소 용역관련 총무팀(학교 행정부서) 입장’이라는 문서가 배포된 것입니다. 이 문서를 두고 학교측에서는 ‘우리가 작성한 것이 아니다’ ‘총학생회에서 임의로 작성한 것이다’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주대학교가 이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그 말을 믿고 싶습니다. 노동조합을 적대시 하고 노동자들의 요구가 지나치고, 민주노총 등 외부세력의 개입 운운하며 불순한 세력마냥 여론몰이를 하는 다른 기업들과 아주대학교는 다를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이윤추구가 지상최대의 과제인 기업들과 달리 진리를 논하고 인간존중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아주대학교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걱정과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비용절감과 효율을 이유로 청소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해놓고 그곳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분들의 근무조건이 어떠한지, 임금이 얼마인지, 부당한 대우는 없는지,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그 어떠한 것도 아주대학교 당국은 책임을 지거나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은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노동조합에서는 수차례 학교당국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학교측은 ‘대화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을 핑계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 이것은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여느 기업과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현재 아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건개선, 시급인상(현재 4320원), 주5일제 실시 등에 대해 업체와 교섭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요구에 대해 어느 누구도 과하다거나 부당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교당국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이 분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귀 기울이고 함께 문제를 풀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면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학교당국은 아직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와중에 소위 ‘노조정리’문서가 발견되었으니, 학교당국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경기/수원지역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 및 정당들은 이 문제를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이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권리가 하루빨리 찾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정리’의 대상도 ‘불온한’ 집단도 아닌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임을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모를 리 없습니다. 궂은일 맡겨놓고 나몰라하는 태도는 법을 넘어 비인간적인 행위라는 게 상식입니다. 상식을 지키고, ‘인간존중’이라는 학교이념을 청소노동자들과 지역시민들에게 보여주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학교당국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합니다.



2011. 10. 24

(단체) 경기노동전선 경기민예총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다산인권센터 다함께경기남부지회 사회주의노동자정당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수원나눔의집 수원민예총 수원사람연대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수원새움장애인야학 수원진보연대 수원환경운동연합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 오산노동자문화센터 오산다솜교회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오산이주여성이권센터 전국학생행진 풍물굿패삶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당) 국민참여당수원시위원회 민주노동당수원시위원회 사회당수원시위원회 진보신당경기도당


■ 안병주님은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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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싶을 뿐이다”“우리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싶을 뿐이다”

Posted at 2011.09.05 16:25 | Posted in 격주간 <다산인권>/인권이슈/현장
8월 30일, 아주대 청소노동자 권리찾기 공개토론회 개최


안병주 |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지난 8월 30일 오후 4시, 아주대학교에서 <아주대 청소노동자 권리찾기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아주대 시설관리노동자 권리찾기 지원단>(아래 지원단)주최로 개최됐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와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개최된 이번 토론회에는 청소노동자들을 포함해 5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지만 정작 이 문제의 당사자인 학교측과 용역업체는 지원단의 공식적인 참여요청에도 불구하고 불참했다.

1인당 청소면적 평균 200여평, 초과근무 6시간

첫 번째 발표자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송윤희 연구원이 <아주대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자료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아주대 청소노동자들의 1인당 평균 청소 면적은 204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 중 60%이상이 주 40시간 계약조건을 넘는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적게는 두 시간 반에서 많게는 6시간 넘게 초과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초과근무 수당은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실 역시 응답자 44명 중 절반이 지하 공간 등 임시로 마련된 휴게실을 사용하고 있고, 휴게실 전체에 대해 응답자 중 84%가 매우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식사 문제 역시 비좁은 공간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하고,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공간도 없을 뿐만아니라 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취사를 금지하고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한 대우나 성희롱 등 인권실태 역시 드러났다. 정해진 업무외의 지시가 부당한 경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런 부당한 사례에 대해 대부분의 노동자는 그냥 참고 지낸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경험은 31명의 응답자 중 9명이 있다고 대답했고, 성희롱 가해자는 대부분 용역회사의 관리자로 드러났다.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안 발표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따뜻한 밥한끼의 권리 캠페인단’에서 활동중인 인권운동사랑방 민선 활동가는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요구안은 서울지역 청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그룹과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마련한 것이다. 요구안은 크게 저임금 해소방안과 고용불안 해소방안, 휴게공간 설치 제도화 방안, 노동안전보건 및 건강권 강화방안 등 총 21가지의 요구를 담고 있다.

특히 고용안정과 관련해서 노동자를 사용하는 곳에서 고용해야 하고, 아주대 역시 학교의 필요에 의해 청소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므로 직접고용의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장은 직접고용이 어렵겠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고용 사례가 확산되고 있고, 노원구청의 경우는 시설관리공단에서 고용하는 형태로 전환되어 비용절감과 고용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

아주대학교에서 15년을 청소노동자로 일한 최종애씨는 “우리 역시 학교의 똑같은 구성원으로 대접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활임금이 필요하고, 특히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이 주5일 근무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관리자에게 잘 보이는 사람에게는 일을 적게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일을 몰아주는 부당한 대우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15년을 아주대학교에서 일한 최씨는 지난 5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부분회장을 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해 본 것은 태어나서 이 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아주대학교와 용역업체가 청소노동자들도 인간임을 알아줬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청소노동자 노동조합과 용역업체가 교섭중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용역업체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학교측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자신들이 아니라 용역업체에 있다는 입장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용자인 학교측은 뒷짐만 쥔채 모든 것을 용역업체에 돌리는 여느 기업과 다른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비로소 인간임을 선언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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