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교육감님, 다문화 언어강사 초단기 근로계약은 철회되어야 합니다.이재정 교육감님, 다문화 언어강사 초단기 근로계약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Posted at 2015.03.11 17:09 | Posted in 활동소식/이슈&사람


ⓒ 안병주


3월 11일 오늘로 경기도 교육청 노숙농성 31일차. 단식농성 7일차.

듣기에도 생소한 경기도교육청의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소속)다문화 언어강사'들이 교육청 입구에서 노숙 및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전일제(주 40시간)로 채용했던 인력을 올 3월부터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계약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에 반발하는 것입니다.


[한겨레] 다문화언어강사 ‘시간제 전환’ 반발 확산


ⓒ 안병주


'다문화 언어강사'라는 것은 교육부가 다문화가정 학생의 맞춤형 언어교육 지원과 결혼이주여성의 고용 기회 창출을 목적으로 다문화언어강사과정을 거쳐 학교에 배치해왔다고 합니다. 2014년 현재 경기도내 초등학교등에서 129명이 근무중이며, 전국적으로 460명정도 규모라고 합니다. 이들은 중국, 일본, 러시아등 국가에서 이주한 귀화, 영주권취득 여성들로써 경인교육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등의 ‘다문화강사 양성과정(09년 1기, 10년 2기, 11년 3기, 12년 4기)’을 거쳐 경기도교육청에서 채용한 인력이라고 합니다.


ⓒ 안병주


이들 다문화 언어강사들은 이주민 자녀,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한글교육, 원어교육, 상담, 통역 등 다양한 역할을 통해 다문화 어린이, 청소년들의 학습과 생활을 보조해 왔습니다. 더불어 기존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교육등을 통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학교, 교실 문화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해 왔습니다.


ⓒ 안병주


나날이 늘어가는 이주민, 다문화 가정의 정착과 생활, 그리고 차별없는 사회문화를 위해 애써왔던 이들에게 '초단시간' 근로계약으로 임금하락은 물론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아왔던 다문화 어린이, 청소년들의 권리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 안병주


이주민 180만시대입니다. 차별과 혐오가 나날이 확산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교육현장, 삶의 현장에서 다문화 어린이, 청소년들의 안정적인 한국정착을 위해 애써왔던 이 분들의 역할은 그 어떤 정책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교육과 인권은 예산의 핑계로 제외될 수 없는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 안병주


오늘로써 단식 7일차입니다. 오전 11시, 경기이주공대위 '무지개' 주최로 <다문화 언어강사에 대한 부당해고 즉각 철회 요구 기자회견>이 진행됐습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소위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 됩니다. 선거당시에도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도교육청에 전담부서 설치, 교육지원청등에 거점 프로그램 신설등을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진보 교육감 다운 모습을 조속히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 안병주



오늘(3/11) 오후 4시부터 교섭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교섭 결과가 나오는대로 공유하겠습니다.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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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분들께 이 소식을 전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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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수자를 만나다④] 장애학생 강단영·이종선[청소년 소수자를 만나다④] 장애학생 강단영·이종선

Posted at 2012.09.28 16:28 | Posted in 활동소식/청소년 소수자를 만나다
"애들이 외모 갖고 자꾸 놀려서 힘들어요"

[청소년 소수자를 만나다④] 장애학생 강단영·이종선


오는 10월 5일이면 경기도교육청이 전국에서 최초로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지 2년이 된다. 이후 서울, 광주 등 다른 지역 교육청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이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 존중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학교 문화를 바꾸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의 안과 밖에서 학생들의 인권은 위태롭다. 이런 상황을 점검해보기 위해 경기학생인권조례 공포 2년을 맞아 다문화, 성소수자, 장애, 탈학교 등의 학생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권 현실을 짚어보는 기사를 4차례에 걸쳐 준비했다. 여전히 사회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학생,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인권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말]



 
경기도에서 가장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2주년이 지났다. 학생(청소년) 인권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던 우리나라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여러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조례 제정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학생 인권에 대하여 이야기하게 됐다.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서 어떤 힘을 발휘하고 있는 지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실제 장애학생 인권은, 청소년 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전부터 논의돼 왔다. 장애학생 인권에 대한 논의는 장애인운동의 일부로 꽤 오랫동안 지속돼 왔고, 이것이 학교에도 영향을 미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같은 관련된 법도 생겨났다. 그럼에도 장애인은 학교 현장에서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집단 중 하나다. 

학생인권조례를 잘 모르는 장애학생과 부모들 

▲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강단영 학생(왼쪽)과 이종선 학생 ⓒ 푸른솔


가을이 시작될 무렵 한 장애인 부모단체 사무실에서 강단영(부천 상록학교 전공과 1학년)학생과 이종선(시흥 은행고 2학년) 학생과 그들의 어머니를 만났다. 발달장애 학생들인 까닭에 소통에 다소 어려움이 있거나 세세한 설명이 필요할 때는 두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가장 궁금한 것은 학생인권조례 통과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학교생활의 어려움은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학생인권조례를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두 학생과 어머니 모두 잘 모른다고 답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그들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단영 모 :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놀리는 아이들은 있어요. 아이들이 표현을 못해주니까, 엄마들이 모르는 부분도 있고요. 그래도 분위기가 초중고가 다 달라요. 아이들 생각이 커서인지 고등학교에 가니까 놀리는 게 덜하고 돌봐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엄마들 입장에서 보자면 아직은 많이 부족하죠. 그래도 그전보다는 노력은 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우리 아이한테 도우미도 붙여줘서 알림장 쓸 때도 도와주는 등 노력은 해요. 다만 그 과정에서 장애 학생들에게 안 맞게 해주는 경우가 있기도 해요."
단영 : "고등학교 때 힘들었던 점은, 동생들이 입술 크다고 외모 때문에 놀릴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종선 : "다 좋은데...친구가 놀려서 화났어요."

장애학생들, 특히 발달장애 학생들의 경우 특이한 외모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인권의 틀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괴롭힘'도 차별이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인터뷰에서 드러나기로는 많은 학교에서 '도우미' 제도를 통해 장애학생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지원해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은 권리에 포함될 수 있지만,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까지 권리에 포함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끼어든다. 어디까지나 인위적인 방법으로 친구가 '되어 준다'면, 진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시선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들은 '좋은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이런 어려움들을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선생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장애인 교육권 
 

▲ 강단영 학생. ⓒ 푸른솔

종선 모 : "해 바뀔 때마다 좋은 선생님 만나기를, 좋은 아이들 만나기를 바라는 거죠. 아이가 밝은 편이라 비장애아이들하고 잘 지내는 편임에도 그 아이들과 감정을 교류한다거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건 힘든 것 같아요."
단영 모 : "좋은 선생님들도 많아요. 그래서 좋은 선생님 만나면, 이제 1년은 편하게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거고."

좋은 교사, 나와 잘 맞는 교사를 만나기를 바라는 거야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의 심리다. 그런데 장애학생들은 '좋은 교사'를 만나지 못하면 기본적인 교육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교사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이 좌우된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변수에 인권을 맡기는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고등학교는 과목별 담당 교사가 다르기 때문에 더 힘들다. 담임교사는 학생에게 긍정적이더라도 교과 교사가 부정적이라면, 해당 교과 시간은 장애 학생에게 힘든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어떤 교사를 만나는가에 따라서 수련회나 체험학습, 운동회 같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이뤄지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정해지기도 한다. 

단영 모 : "아이 6학년 때, 운동회를 하는데 제 아이가 못 뛰지를 않잖아요. 아니 설사 못 뛰어도 세워서 뛰어야죠. 학교 운동회에 갔는데 달리기해야 되는데 줄에 안 세워주는 거예요.  왜 안 서냐고 하니까 선생님이 조를 안 짜줬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줄을 세워서 뛴 적도 있어요."
종선 모 :  "수련회에 장애아들을 안 데리고 가려는 분들도 계세요. 특히 초등학교 때는 그랬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특수학급이 생겨난 이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일반교사들이 장애 학생을 자신의 학급 소속으로 생각하지 않고 행사가 있으면 장애학생을 특수교사에게 '떠맡기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는 장애학생도 특수학급 소속이 아니라 비장애학생들과 같은 반 소속이기 때문에 일반교사가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함에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 이종선 학생.ⓒ 푸른솔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래도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서 알 통로가 많지 않다는 점인 것 같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다'고 했고, 부모님들도 장애학생의 권리나 부모의 권리에 대해 학교를 통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장애인 부모단체에 가입하면 내부에서 실시되는 교육을 통해 권리를 알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런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권리를 '잘 몰라서' 요구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알아서 보장해주지도 않는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종선 : "졸업하면 취직하고 싶어요. 취업해야 돈을 벌 수 있어요. 제과제빵과 바리스타를 공부하고 있어요."  
단영 : "서비스업 하고 싶어요. 커피 만드는 거." 

두 학생들이 졸업 이후 하고 싶은 일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5~10% 정도는 장애인이다. 장애를 '숨기는' 분위기가 줄어들면서 학교에 입학하는 장애학생도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관련법도 제정되었고, 장애교육이  어느 정도 정착되어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장애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충분히 누리기란 너무나 어려워 보인다.

지적장애학생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지내지 못한다면, 그건 지적장애학생의 인지발달이 느려서가 아니라 학교의 구조가 지적장애학생에게 억압적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학생인권조례가 이런 구조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글 : 푸른솔 (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
 오마이뉴스 원글 보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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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거부선언"이라는 불복종의 의미 _ 공현"대학입시거부선언"이라는 불복종의 의미 _ 공현

Posted at 2011.11.15 16:36 | Posted in 격주간 <다산인권>/인권이슈/현장


해마다 11월만 되면 모두가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 외치는 구호가 있다. 모두가 그 잔인한 현실을 모르지 않으면서, 마냥 덮어두려는 순간이 있다. 바로 "수능대박"이다. 수능을 비롯한 대입제도는 엄연히 상대평가 시스템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란 이름과 달리, 이 학생이 어떤 능력이 있나 없나를 검증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수험생들 중에 점수가 몇 번째인지를 보는 방식이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수능에서 내가 대박이 나면 남은 못 보는 것이 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내가 운 좋게 찍은 게 맞아서 원래 4등급이었을 법한 성적이 3등급이 되었다고 해보자. 그 ‘행운’의 이면에 있는 현실은, 다른 누군가가 3등급에서 4등급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행운, 정말 기분 좋게 행운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입시경쟁은 결코 "모두가 승리"할 수 없을 뿐더러, "다수가 승리"할 수도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입시에서 승리했다고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뿐이다. 이게 무슨 올림픽처럼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소수의 선수들끼리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거라면 그런 경쟁 시스템도, 어쩌면 용인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건 모든 사람들이 거쳐야 하는 보편적 공교육에 관한 이야기이고, 모든 학생들의 70-80% 이상이 입시에 매어 있는 현실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그게 정당한 거라고도, 좋은 거라고도, 용인하기 어렵다. 시스템이 잘못된 것일 수밖에 없다.
  
그 여러 '수능거부자'들

사람들의 기억은 휘발성이다. 하루하루 삶에 치어, 쏟아지는 정보들에 묻혀, 많은 것들을 쉽사리 잊고 만다. 오직 그 사건이 마음속에 상처로, 흠집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만 기억이 오래 간다. "수능거부"도 어쩌면 그런 기억의 속성을 드러내주는 사건일지도 모르겠다. 여러분은 최근 몇 년 사이, "수능거부"를 선언하고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혹시 기억하고 있는가?

내가 알기로 가장 오래된, 수능 날에 수능을 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경우는 2002년, 광주에서 《전국중고등학생연합》 활동을 하던 박형준(지금은 박고형준이란 이름을 쓴다.) 씨였다. 물론 그보다 더 오래 전에는 1980년대 후반에 '고등학생운동'(고운)을 하던 많은 청소년들이 대학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노동현장'으로 들어갔더랬다. 하지만 그들이 입시제도나 대학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었다. 2002년에서 2006년 사이까지는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했지만, 2007년부터 대학입시를 비판하며 공개적으로 발표한 "수능거부"는 계속 이어졌다. 2007년에도 1명, 2008년에도 2명, 2009년에도 2명, 2010년에도…. 2008년 수능거부를 발표했던 김남미(엠건) 씨는 제법 이슈가 되기도 했고, 바로 작년인 2010년에는 한 고등학생이 정부중앙청사 정문에서 "친구를 적으로 만들고 인생을 점수로 매기는 수능을 거부합니다. 12년의 성적경쟁을 끝내며"라는 피켓을 들고 눈물을 흘리며 1인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그들을 한 번 흘끗 보고 혀를 끌끌 차거나 대단한 용기라고 박수를 칠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달이면, 아니 며칠 뒤면, 그 사건을 잊을 것이다. 당사자들에게는 커다란 용기였을 선택이, 그 많은 수능거부를 지켜봤던 나로서는 항상 마음의 응어리로 남아 있을 그 모습들이, 잠깐의 가십거리가 되고 만다. 고려대를 자퇴한 김예슬 선언을 두고 사람들은 한편에서는 냉소적으로 한편에서는 비판적으로 "지방대 다니는 학생이 그랬으면 과연 이만큼 주목을 받았을까?"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지방대 다니는 학생"을 말할 때조차도 사라지는 존재들, 바로 그 "수능거부자"들이 떠오른다. 이어서 내 주위의, 나아가 '데이터상'의 수많은 "고졸", "중졸", "초졸"들 역시 떠오른다.
  
'개인의 선택', 그 이상으로 '집단적 운동'

그러다 올해에는 아예 집단적으로 19살, 고3들의 대학입시거부선언을 준비하게 되었다. 11월10일, 전국의 고3들이 수능시험을 치르던 날, 청계광장에서 대학입시거부를 선언했다. 93년생(올해 ‘고3’) 청소년활동가 다섯 명의 첫 제안으로 <‘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은 시작되었다. 지금의 입시교육에 문제가 있고 그 입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수능을 거부하겠다는 이야기부터, 중등교육과 대학교육, 사회적 불평등과 복지의 문제까지 제기하며 벌이는 운동이다. 개인, 1~2명의 수능거부가 아니라 수십 명, 가능하다면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대학입시거부선언이다. 대학입시거부선언을 지지하는 의미를 담아서 20대 이상, 이미 대학을 가지 않았거나 중간에 그만둔 이들의 '대학거부선언'도 함께 했다. 

지금 대학입시거부선언 운동에는 몇 가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 중 몇 가지, 내가 생각한 중요한 의미들을 꼽아보겠다. 첫째, "일단 대학은 가고 나서"라는 유예 논리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지금까지 대학입시나 학벌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일단 대학에 가고 나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라는 논리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조금만 더 '유예'하라는, 즉 뒤로 미뤄두라는 말로 결국 지금의 교육-사회 구조에 대한 변화를 막고 사람들을 체제로 편입시키는 효과를 냈을 뿐이었다. 대학입시거부선언은 그런 유예 논리에 대해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라고 말하며 정면으로 맞서는 목소리이다. 지금의 체제가 우리가 일정한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불복종하고 바꾸라고 요구할 만큼 잘못되어 있다는 당당한 선언이며, 특출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여럿이 공감하고 연대하는 실천이다.

둘째, 말만 무성하고 실천이 부족하던 교육운동에 대한 경종이다. 지금까지 교육운동은 실질적인 조직화와 실천은 부족하면서 정책이니 대안이니 토론회니 하며 말만 무성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온갖 연대체가 만들어지지만 그 연대체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토론회를 하고 가끔 집회를 하는 것뿐, 현장에서의 실천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학교의 여러 억압적인 상황, 많은 이들이 경쟁에 쫓기는 현실, 그리고 교육운동 주체들의 절박성 문제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얽혀 굳어진 문제였다. 대학입시거부선언은 그런 상황에서 가장 절박한 주체들인 청소년들이 나서서 자신의 삶으로, 온몸으로 교육 문제를 지적하고 불복종을 실천하는 운동으로서 의미가 있다. 대학입시거부선언의 문제의식과 실천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이후에 이어지는 여러 활동들이 교육운동이 힘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새로운 운동 주체들의 형성이다. 대학입시거부선언․대학거부선언을 준비하는 '투명가방끈' 모임에서는, 이후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선언에 참여했던 선언자들 사이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후속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 네트워크는 학력․학벌 차별의 당사자인 이들이 서로의 삶을 돕고 지지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앞으로 이와 관련된 운동에서 의미 있는 주체가 될 것이다. 물론 선언자들 모두가 이후에 활동가로 살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선언자들은 각자의 삶, 각자 바라는 진로가 있고, 선언 이후에는 이와 같은 운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선언자들 중 일부는 계속 '선언'에 담았던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동할 것이며, 이 네트워크 자체도 그러한 활동의 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넷째, '대학중심주의' 사회에서 대학 이외의 다른 길을 드러내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입시경쟁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저항하고 싶어도, 경쟁 사회 속에서 그 뒤에 감내해야 할 불이익 때문에 섣불리 저항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는 "대학입시거부" 같은 강력한 불복종 운동 뿐 아니라 그저 학교에 다니면서 적당히 청소년운동, 대학생운동, 교육운동에 참여하는 수준의 저항에도 해당되는 '장벽'이다. 이 대학입시거부선언․대학거부선언 운동은 이후에 선언자들의 삶을 지지하고 지원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고 그런 삶의 가능성을 좀 더 공론화시킴으로써 이러한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낼 것이다. 사실 이미 사회에는 수십만, 수백만명 이상의 '고졸 이하' 학력자들이 살고 있으나, 그러한 삶이나 그들의 권익에 대한 문제는 충분히 공론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학력 차별에 대한 연구나 대안적 삶에 대한 실험이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기에, 이 거부선언 운동이 이후 활동은 아주 미미하고 보잘 것 없을지라도 그런 '대학 외의 대안적 길'을 만드는 데 조금 더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불복종선언'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대학입시거부선언․대학거부선언에 참여하는 이들은 참 다양하다. 어떤 이는 성적이 좋고 이른바 '명문대'를 갈 수 있지만 그래도 대학은 나의 길이 아니라며 가지 않고, 어떤 이는 대학 안의 권위적 문화나 취업 학원화된 대학의 현실을 비판하며 그만둔다. 어떤 이는 가정 형편이 빈곤한데 등록금 수 백 만원 수 천 만원을 갖다 바치고 대학에 가야 하는 현실에 부딪혀서 대학을 포기한다. 어떤 이는 입시를 위한 공부를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성적이 안 돼서, 가지 않는다. 이 거부 선언 안에 참여하는 개개인들에게는, 그밖에도 무수히 많은 사연과 배경들이 있다. 어떤 분 말처럼 "거창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한다기보다는 경제적인 이유로 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 신념이나 적성 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고, 거창한 이유 없이 그냥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다양한 선택의 배경 속에서도 분명한 공통점은 "대학 안 나오면 온전한 사람 대우 안 해주는 사회", "청소년들에게 다들 대학을 가야 한다고 하는 사회", "생존을 위해 불안과 두려움에 쫓겨 입시, 취업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사회"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그런 문제의식이 있기에 우리는 선언을 통해서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낙오자나 부적응자가 아니라 거부자라고. 대학을 못간, 안 간, 그만둔 개개인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의 교육과 사회 체제에 잘못이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모여서 목소리를 낼 때 각자의 사정에 의해 대학을 안 가거나 못 간 이들의 선택은 정치적 사건이 되고 사회운동이 되고 거부가 되며 불복종이 된다.

이러한 대학입시거부선언․대학거부선언 운동은, 불복종 운동의 특성상 꽤나 '빡세'다. 어찌 보면, 대학을 안 가거나 그만둘 만한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는 이들만이 거부하고 불복종할 수 있는 거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불복종 운동은, 불복종 자체의 의의 뿐 아니라, 그러한 불복종 운동의 문제의식과 그런 불복종을 통해 바꾸고자 하는 것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을 기대하며 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야간시위를 하고 도로를 점거하는 행위도, 군사주의를 비판하며 공개적으로 병역거부를 하는 행위도, 단지 그러한 불복종 행위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고, 그 목소리를 많은 사람들이 듣고 손을 잡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경쟁과 대학서열화, 학력학벌차별, 불안정한 노동 등 우리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동의하면서도 자신의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대학에 가야 하거나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대학을 졸업한 분들에게는 이렇게 부탁드리고 싶다. 이러한 거부를 자신들을 비난하는 걸로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들의 선언에 담긴 문제의식과 메시지에 좀 더 귀를 기울여 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대학에 가거나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얼마든지 함께해주실 수 있으니, 지지와 지원 아니 그 이상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면 좋겠다. 죄책감씩이나 느낄 필요는 없으니 같이 해주시면 좋겠다. 대학입시거부선언이 불만족스러우시다면 그 이상의 다른 운동을 기획하고 제안해주셔도 좋으니까 말이다.

수능 대박의 거짓말, 열심히 노력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에 숨은 불편한 진실, 경쟁 속에 파괴되는 교육과 삶. 그동안 청소년들도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노동자들도, 그리고 그밖에 여러 주체들이 그런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운동을 해왔다. 대학입시거부선언 운동이 그런 목소리들을 사회에 공론화시키고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그리고 사회가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여는 '정치적 사건'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운동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니, 우리가 그런 정치적 사건이자 계기가 되도록 만들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그렇게 되도록 같이 만들어줄 거라고,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 공현님은  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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