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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 소식

포럼' 나는 시민인가? 시민, 시민을 말하다' 다녀왔습니다.

지난 12일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수원시 평생학습포럼 2018 '나는 시민인가? 시민, 시민이 말하다'라는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통해 '시민'의 자질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그 과정을 통해서 '시민됨'을 의 과정을 경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다산인권센터에서는 '성소수자를 만나는 비성소수자에게'라는 주제의 토론을 맡았는데요... 다른 주제에 비해 참가자가 적었지만... ㅠㅠ 참가자가 적었더만큼 개개인이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없는지, 만약 나와 가까운 사람이 성소수자임을 밝힌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 같은지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낮선 존재에 대해 조금은 눈을 뜨는, 그래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아래는 논의를 위해 사월 활동가가 준비한 발제문입니다. 

성소수자를 만나는 비성소수자에게

다산인권센터 사월

 

변화의 싹을 틔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시민, 시민을 말하다를 제안 받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혹여나 이 공간에서 나눈 짧은 이야기가 모든 성소수자의 삶으로 가닿게 되지는 않을까, 그래서 편견을 촉발시키는 것은 아닐까 망설여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망설임을 뒤로하고 말하기를 선택했습니다. ‘시민됨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다투며 시민력을 키워가는 자리야말로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하며 사회적 편견에 균열을 일으키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름이 차별로 연결되지 않고, 차이를 인정하고 연대하기 위한 첫 걸음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이야기만으로 성소수자의 다양한 삶을 알아가기엔 부족할 수 있으나,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성소수자를 오롯이 바라보고,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만남이 변화의 싹이 되기를, 이 변화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일상적인 차별과 혐오 앞에

A중학교에 다니는 A는 여성 성소수자입니다. A는 성적지향이 남들과 다를 뿐 차별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자신의 성적지향을 누군가 알게 될까 두렵다고 합니다. 얼마 전 A중학교에서 이반검열이 있었습니다.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우리 학교에 동성애를 하는 학생을 아느냐?” “그 애가 누구냐?”와 같은 질문들이 인쇄된 종이를 나누어주며 아는 것 빠짐없이 작성하라는 선생님의 모습과 함께 설문을 작성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후 몇 반에 누가 동성애를 했다며 징계를 받는다더라, 상담을 받는다더라, 부모님에게 전화를 했다더라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그 날 이후 바지를 입는 여학생들에게는 왜 치마를 입지 않냐, 왜 머리를 남자같이 잘랐냐며 소리치는 선생님들을 목격했습니다. A는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조차 성소수자에 대해 손가락 짓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운 마음에 서서히 마음을 닫고 있습니다. 별안간 화도 났습니다. “왜 나는 성소수자일까?” “왜 나는 문제의 대상이 되어야할까?”와 같은 생각들로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커져간다고 합니다.

 

여성 성소수자인 B는 개신교인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출석하게 되었지만 성경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매 주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설교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별안간 여러분 동성애는 죄악인거 아시죠?” 목사는 질문을 던졌고 교인들은 예배당이 떠나가라 아멘!”하고 대답했습니다. B는 조용히 일어나 예배당을 나섰습니다. 사랑의 다양함을, 감사함을 깨닫게 해준 교회에서 동성애는 죄악이라 외치는 목소리가 B의 마음에 깊이 박혔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이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걸까,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싶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매주 웃으며 안부 나누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모두와 함께 살아감을 가르쳐주었던 교회에서조차 성소수자는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C는 결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C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가족구성권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을 위로한답시고 C를 향해 누군가는 말합니다. “결혼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데 꼭 해야겠어?”라고 말입니다. 이에 C당신에게는 좋은 것 없는 결혼이겠지만, 나에게 있어 결혼은 기본권이자 혼인의 형태와 상대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이므로 해야겠다고 답합니다. 성소수자 커플들은 결혼 법제화뿐만 아니라, 주거, 의료결정권, 양육 및 입양과 같은 개별적인 권리와 혜택까지도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가령 C의 파트너가 건강상의 이유로 수술 혹은 입원치료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라면 C는 법과 제도가 인정한배우자가 아니기에 보호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의료결정권이 없기 때문이죠. C는 이성애적 결합이 아니면 법적으로 지위를 갖는 구성원에서 배제되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합니다. 더불어 결혼을 합법과 불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냐고 묻습니다. C는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혹은 결혼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더라도 가족을 이루는 사람이 평등하게 권리를 보장받고 사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성소수자, 어디에나 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사례는 성소수자가 받는 차별 중 극히 일부입니다. 아마 매 순간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터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길거리에서... 일상의 곳곳이 안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성소수자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지 않습니다. 당신 곁 누군가도 성소수자 일 수 있으며 아직 이야기하지 못했을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사회 어디에나 존재하는 성소수자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성소수자의 삶이 차별과 혐오에 얼룩지지 않기 위해 지금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함께 걷자, 평등한 세상

먼저 차별을 차별로 알아차리고,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민이라면 응당 이것은 차별이니 안돼라고 함께 말해야할 것입니다. 차별이 차별로, 혐오가 혐오로 이야기될 때 평등한 사회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평등한 그 날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작지만 큰 행동들을 제안합니다.

 

첫 번째. 남성은 여성과, 여성은 남성과 연애, 결혼, 성관계 등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두 번째. 연애 및 결혼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에요.

세 번째. 성별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아요.

네 번째. 상대방의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을 존중해요.

다섯 번째.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요.

 

습관처럼 익숙한 말과 행동을 잠시 멈추고 다름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가령 본인에게는 익숙한 여자친구/남자친구 있어?”라는 질문들이 성소수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생각해보는 시간 말입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겠으나 혹시라도 비슷한 질문을 하게 된다면 여자친구/남자친구와 같은 표현이 아닌 다른 표현으로 소통해보면 어떨까요? 이와 같은 고민과 시도들은 작지만 변화의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변화의 첫 걸음에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평등한 세상으로 함께 걸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