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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 소식

[반올림]반올림농성장에서의 하루




화려하고 높은 건물, 커다란 음악소리,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검은색 햇빛 차광망을 두른 농성한쪽에 놓여있는 76개 고무신화분의 꽃들은 삭막한 아스팔트 사이 시선을 사로잡는다이곳은 강남역 8번출구 앞에 위치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농성장이.



매주 목요일 다산 활동가들은 수원의 사무실이 아닌 반올림 농성장으로 향한다.







2016 9 8일 목요일은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농성장을 지켰다.







이 날은 대전지방법원에서 갑을오토텍 대표이사 박효상에 대한 2심 재판이 열렸다.  보석을 신청한 전 대표이사와 보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재판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현장의 상황은 어떠한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을텐데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서울의 여러 농성장을 다니며, ‘작은 존재인 내가 묵묵히 싸우는 것,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이 든다전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검은 구름이 보였다. “와직하며 천둥소리도 들렸다. “지금부터 비닐을 치면 어떨까요?” 제안으로 농성장 뒤에 돌돌 말려있던 비닐을 검은색 차광막 위에 덮기 위해 일어났다. 비닐을 덮기 전 외부에 위치한 스피커와 고 황유미님의 동상을 옮겼다.







농성장은 강남의 높은 빌딩들 사이에 있어서인지 매우 작아보였다. 하지만 비닐을 덮다보니 농성장이 크구나중얼거리게 되었다. 발끝에 힘을 줘 까치발을 하고 낑낑대며 비닐을 덮었다. 비닐을 덮는 중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비닐을 다 씌우고 나니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알맞은 시기에 비닐을 씌워 다행이었다.







 농성장에 비닐을 씌운 경험이 없던 터라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의심이 들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양 옆에 숨 구멍을 만들어 놓았어야 하는데 그 것을 놓쳤다. 덕분에 무척이나 습하고 더운 한 여름의 농성장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비닐 안에서 듣는 빗소리는 색달랐다. 버스 소리, 사람들의 이야기소리, 공사하는 소리, 매장에서 들리는 음악소리 등 항상 시끄러웠던 농성장이지만 비닐에 부딪치는 빗소리로 농성장이 가득 채워졌고 무척이나 편안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틀어놓았던 백색소음이 생각났다. 머리 위 위치한 비닐에 빗물이 고여있는 느낌이 들어 손을 높이 들어 만세를 하고 빗물이 흐르도록 비닐을 하늘 위로 주-욱 밀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근처 맛있는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다. 20분이 지나지 않아 배달 기사님이 맛있는 볶음밥과 짬뽕밥을 전해주셨다. 떨어지는 빗소리와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비는 그쳤다. 한 시간 남짓 비를 막아줬던 비닐을 쨍쨍한 햇빛에 말리고 비닐을 걷었다. 비닐을 돌돌 말아 위치에 두는데 원래 이렇게 부피가 컸나?”의문이 들었다. 어설픈 비닐 걷기였다. 비닐을 걷고 나서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분들은 고 황유미님의 동상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의자가 삐걱삐걱 소리가 났고, 무릎이 벗겨져있던 터라 수리가 필요했었다.







의자는 몇번의 망치질로 금세 튼튼해졌다. 잠시 다녀간 비로 햇빛은 평소보다 쨍쨍했다. 무척 더우셨을텐데 잠시 쉬지 않고 바로 선전전을 하셨다.







한시간 남짓 선전전이 끝나고 76개의 고무신 화분에 물을 주기로 했다. 먼저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해 물을 가득 떠오기로 했다. 물을 떠오는 사이 인도 끝자락에 고무신화분을 내려놓았다.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보니 초록색이 더 아름다웠다.








차 들이 쌩쌩 달리고 클락션 소리가 끊이질 않는 회색도시, 아스팔트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초록색은 강남역을 오고가는 이 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시민분은 고무신화분 옆에서 사진도 찍고 가셨다. “길거리에 꽃이 있어라며 지나가던 시민들도 계셨다. 노란색 물 조리개에 물을 담고 바닥까지 듬뿍 적셨다. 참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었고 고 황유미님의 아버님 황상기님과 반올림 활동가 이종란님이 오셨다. 황상기님은 오시자마자 마이크를 잡고 선전전을 시작하셨다.







 강남역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삼성은 무 노조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로인해 노동자들은 노동조건과 환경에 어떠한 목소리도 낼 수 없습니다며 무 노조 경영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산업재해 인정을 방해하는 정부와 기관들의 뻔뻔한 행태를 알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지하철을 타러 가는 시민들은 힘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황상기님의 선전전이 끝나고 이어말하기를 준비했다. 농성장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져 있던 파란의자를 꺼냈다. 마이크를 연결시키고 페이스북 생중계를 준비하고 녹화를 위해 카메라를 연결시켰다. 오늘의 이어말하기는 뉴스타파 김경래님이 함께한다. 최근 화제되었던 삼성 이건희 성매매 의혹, 그룹차원 개입?’ 보도로 더욱 궁금해지는 이어말하기였다.








김경래 기자님은 취재하기까지의 이야기 보도 후의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어주셨다. 이전 삼성의 비자금 폭로사건 후 제대로마무리 짓지 않았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삼성의 비열한 행위들에 화가 났다. 약 한시간 동안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화려하고 시끄러운 강남역 도로가 적막하다 느껴지기도 했다. 이어말하기가 끝나니 하늘은 어두워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가로등에 불빛이 켜졌고 높다란 건물들의 불은 꺼졌다. 또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길다란 줄은 없어졌다.

 

강남역 8번출구 앞 반올림 농성장에서의 하루가 끝이 났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문득 뒤돌아 보았다. 화려한 도시 사이 검은색 차광막을 두른 농성장은 매우 단단했다. 흔한 콘크리트 벽 하나 없지만 그 어떤 건물 보다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발걸음이 모이고 이야기가 모여 단단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반올림 농성장은 삼성의 누군가가 알 수 없는 따뜻한 연대로 둘러 쌓였다. 한사람 한사람의 연결됨과 그 연결로 강하고 단단해진 반올림 농성장을 뜨겁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