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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싶을 뿐이다”

8월 30일, 아주대 청소노동자 권리찾기 공개토론회 개최


안병주 |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지난 8월 30일 오후 4시, 아주대학교에서 <아주대 청소노동자 권리찾기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아주대 시설관리노동자 권리찾기 지원단>(아래 지원단)주최로 개최됐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와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개최된 이번 토론회에는 청소노동자들을 포함해 5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지만 정작 이 문제의 당사자인 학교측과 용역업체는 지원단의 공식적인 참여요청에도 불구하고 불참했다.

1인당 청소면적 평균 200여평, 초과근무 6시간

첫 번째 발표자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송윤희 연구원이 <아주대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자료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아주대 청소노동자들의 1인당 평균 청소 면적은 204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 중 60%이상이 주 40시간 계약조건을 넘는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적게는 두 시간 반에서 많게는 6시간 넘게 초과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초과근무 수당은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실 역시 응답자 44명 중 절반이 지하 공간 등 임시로 마련된 휴게실을 사용하고 있고, 휴게실 전체에 대해 응답자 중 84%가 매우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식사 문제 역시 비좁은 공간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하고,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공간도 없을 뿐만아니라 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취사를 금지하고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한 대우나 성희롱 등 인권실태 역시 드러났다. 정해진 업무외의 지시가 부당한 경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런 부당한 사례에 대해 대부분의 노동자는 그냥 참고 지낸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경험은 31명의 응답자 중 9명이 있다고 대답했고, 성희롱 가해자는 대부분 용역회사의 관리자로 드러났다.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안 발표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따뜻한 밥한끼의 권리 캠페인단’에서 활동중인 인권운동사랑방 민선 활동가는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요구안은 서울지역 청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그룹과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마련한 것이다. 요구안은 크게 저임금 해소방안과 고용불안 해소방안, 휴게공간 설치 제도화 방안, 노동안전보건 및 건강권 강화방안 등 총 21가지의 요구를 담고 있다.

특히 고용안정과 관련해서 노동자를 사용하는 곳에서 고용해야 하고, 아주대 역시 학교의 필요에 의해 청소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므로 직접고용의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장은 직접고용이 어렵겠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고용 사례가 확산되고 있고, 노원구청의 경우는 시설관리공단에서 고용하는 형태로 전환되어 비용절감과 고용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

아주대학교에서 15년을 청소노동자로 일한 최종애씨는 “우리 역시 학교의 똑같은 구성원으로 대접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활임금이 필요하고, 특히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이 주5일 근무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관리자에게 잘 보이는 사람에게는 일을 적게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일을 몰아주는 부당한 대우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15년을 아주대학교에서 일한 최씨는 지난 5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부분회장을 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해 본 것은 태어나서 이 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아주대학교와 용역업체가 청소노동자들도 인간임을 알아줬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청소노동자 노동조합과 용역업체가 교섭중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용역업체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학교측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자신들이 아니라 용역업체에 있다는 입장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용자인 학교측은 뒷짐만 쥔채 모든 것을 용역업체에 돌리는 여느 기업과 다른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비로소 인간임을 선언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