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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 소식

[수원대] 연극보다 더 연극같은 수원대 현실

[인터뷰] 재계약 거부당한 비정규직 교수를 만나다

 

최근 수원대학교에서는 교수협의회 구성을 이유로 공동대표와 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한 교수 4명이 파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정규직 교수들의 처우개선과 학교측의 각종 비리에 대해 문제제기 한 결과가 ‘파면’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는 비일비재 했고,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절차마저 무시당했다. 이에 다산인권센터는 해당 교수와 학생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는 수원대학교에 정년트랙으로 채용되었으나 10년동안 비정규직 교수(이른바 연구중심형 교수)로 취급을 받으며 재직하다 올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당한 J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이 기사는 <미디어스>에 게재되고 있습니다.

* 기고 :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수원대학교에는 분수가 2개 있다. 멀다분수와 떳다분수. 학교정문에서 먼 곳은 멀다 분수, 가까운 곳은 떳다 분수. 하나 재미있는 건, ‘총장이 학교에 뜰 때만 작동 된다’해서 떳다 분수라고 이름 붙여졌다는 것이다. 뭐 그 의미가 신빙성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학교의 분위기가 위축되어있기에 나온 또 다른 의미이지 않을까 한다. 언젠가부터 대학은 학문과 지성의 전당이 아니라,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취업준비 학원으로 전락되어 버렸다. 그만큼 삶과 학문을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대학의 본연의 자세를 잃어버린 곳에서 학교는 그 자체의 이윤추구만을 위한 곳이 되어버렸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수원대학교 상황을 보면 대학 본연의 모습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 지난해 교육환경개선을 요구하며 시위중인 학생들 (사진=수원대학교 학생 자유언론)

   

영혼 없는 교육을 강요당하는 장사꾼의 학교

 

개강 전 수원대학교 근처에서 J교수를 만났다. 그는 수원대학교에서 연극/뮤지컬의 연기, 연출, 제작 실습을 가르쳤다. ‘가르쳤다’의 과거형에서 알 수 있듯 J교수는 얼마 전 수원대학교 교수직을 박탈당했다. 정확히 말하면 재계약을 거부당한 것. 부산에 있는 대학에서 수원대학교로 온지 10년.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대학은 이제 그에게 등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가르쳤고, 연극현장에서 수많은 공연을 연출하며 연구업적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재계약을 거부했다.

 

“학교 시설이 열악하니까, 학생들이 학교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려요. 학생들이 글을 올리면 담당학과 교수들에게 전화가 와요. 잘 좀 지도해 달라고. 한마디로 말하면 학생들 글 좀 내리게 해달라는 거지요. 학생들과 학과 학생회가 그렇게 글을 올리면 학과장 중심으로 막아왔죠. 그럴 때마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결국 학교를 상대로 시위도 했죠. 시위 한 것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하고... 결국 학교는 제가 학생들의 움직임에 연결된 배후라는 의심이 있었나봐요.”

 

“연극영화과는 극장, 스튜디오, 연습실, 기자재가 필요해요. 스튜디오는 여전히 없구요. 녹음실, 편집실은 강의실 막아서 하고. 연습실이 턱 없이 부족해요. 냉난방이 전혀 안되기도 하구요. 연극영화과 특성상 밤늦게까지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어요. 학생들이 시위를 하니까 조금 바뀌긴 했죠. 연습실도 생기고. 그 전에는 마룻바닥의 나무들이 벌어져서 학생들의 발이 많이 까졌어요. 그게 참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해주겠다고 약속한 기자재는 여전히 안들어 오고. 대학은 학생들을 좋은 교육환경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교육시키고 훌륭한 졸업생을 배출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수원대학교를 보면 교육기관의 기본철학보다는 대학을 통해서 이익을 내고, 사업체를 운영하는 곳 같아 안타까워요. 총장이 실제로 ‘자기는 장사꾼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학생들의 문제제기를 막는 것은 교수들의 몫이었다. 학교는,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보며 가르치는 보람을 느꼈던 교수들의 양심을 시험했다. J교수는 결국 학교의 양심시험에 통과하지 못했다. J교수는 이건 더 이상 아닌 것 같다고, 학생들에게 그동안 너무 미안했었다고 지난해 종강수업에 고백했다. 그것이 수원대학교에서의 마지막 수업이 된 것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연구업적 점수를 채우기 위해 미친듯이 공연 준비를 해 영혼 없는 작품을 올리면서,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없는 그 모든 현실들을 죄악이라 생각한 J교수는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갚을 기회가 이제 더 이상 없다는 것에 마음 아파했다.

 

 

▲ 수원대학교 인문대학 건물에 걸린 현수막

   

벽돌공장의 교육자들

 

학생들에게만 모질었을까? 고용이란 목줄을 쥔 대학은 교수들에게 더더욱 가혹했다. 30년이 넘는 대학에서 제대로 된 연봉기준도 없고, 교원인사규정 조차 공개한 적이 없었다. 최근 문제가 됐던 ‘갑’과 ‘을’의 관계처럼, 대학은 교수들의 영혼을 짜냈다.

 

“기본적으로 연봉계약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없어요. 업적 평가도 과도하고, 비상식적이죠. 교원인사규정도 공시한 적이 없어요. 30년이 넘은 학교에 그런게 없다는게 말이 안되죠. 처음에는, 정년트랙 교수로 채용한 것이니까 다른 대학처럼 대우해 주는 줄 알고 들어왔어요. 그런데 1년으로 계약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뭐냐고 물으니까 2,3년만 그렇게 하고 호봉제로 전환된다고 해요. 그런 줄 알았죠. 근데 3년이 지나도 1년 계약을 하는거예요. 문제제기를 하니, ‘우리 대학은 처음엔 힘들지만 조금만 참으면 곧 좋아진다. 조금만 참아 달라’, 그 다음 재계약 기간이면 또 다른 이유를 대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 이런 미봉책으로 10년을 일했어요. 그래서 작년(2013년)에 다른 4명의 교수와 함께 계약을 거부하며 연봉기준안과 교원인사규정을 보여 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연봉기준안은 없는데 1달 안에 만들고 교원인사규정은 개정 중이래요. 그리고 업적평가기준도 곧 완화된 것으로 개정하고 1년 계약도 다년간 계약으로 개선할 것이니 이번만 참고 계약서에 싸인하라고 설득했어요. 그래서 결국 다시 기대를 가지고 싸인했죠. 그런데 현재까지 그 어떤 약속도 지킨 것이 없어요. 학교에서는 연구중심형, 강의 중심형 교수로 교수들을 나눠요. 어떤 기준도 없이. 2003년 이전에 들어 온 교수는 강의 중심형 교수이고 이 후에 들어온 교수는 전부 연구중심형교수로 학교에서 정해 버려요. 연구중심형 교수는 연구를 위해 강의를 줄여줘야 하는데, 강의 중심형 교수랑 강의 시수가 같아요. 수업을 준비하고, 좋은 컨디션에서 가르쳐야 하는데 연구업적을 채우기 위해 새벽까지 작품 준비하고 피로에 절어서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태예요. 수원대학교는 학생 수에 비하여 교수가 턱 없이 부족해요. 전임교수는 적은데 교육부 평가지표인 ‘전임교수 강의담당비율’과 ‘교수논문편수’를 올리려니까 의무강의시수도 다른 대학보다 많고 과도한 연구업적을 강요하는 겁니다.”

 

“이 업적평가라는게 비상식적이예요. 연구중심형 교수의 업적평가를 보면 연구가 60점, 교육과 봉사항목이 각각 20점이예요. 이 중 봉사점수 20점 중 18점은 학교 측에서 점수를 줘요. 봉사점수의 기준은 아예 없어요. 저는 연구 54점 이상, 총점 85점 이상을 받아야 했어요. 학생들 시위를 막지 않았다고 학교에서 표적으로 삼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연구점수를 올리기 위해 정말 죽어라고 했어요. 국제연극제 2편, 대형극장, 대학로 공연 등, 9편을 했어요. 학생들 가르치면서 9편의 작품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말 벽돌 찍어내듯이 했어요. 이런 학교는 전국 어디에도 없어요. 교육과 연구를 간신히 넘겨도 봉사항목이 늘 문제죠. 학교에서 점수를 주는 거니까. 교수가 학교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0점을 줘서 총점이 85점에 못 미치게 하는거지요.”

 

학교는 학생들에게 정성을 들일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고용을 목줄 삼아 늘 교수들에게 과도한 것을 강요하고, 교수들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학교였다. 재계약 기간이 되면 점수를 못 채운 교수들은 용서를 빌고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총장의 개인 사무실로 찾아가야만 했다.  그동안 찾아와서 인사드리기를 소홀했던 교수는 ‘배은망덕한 것, 교수이기 이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 는 호통을 들어야했고 결국에는 무릎을 꿇게 만들만큼 총장은 위협을 주었다. 어떤 교수는 그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떠나기도 했다. 학교는 이미 교육 기관임을 팽개친 채, 돈 벌이에 눈이 벌겋게 된 하이에나나 다름없었다.

 

 

▲ 수원대학교 건학이념은 검소, 정의, 창의라고 한다. (수원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차라리 연극이면 좋았을 일들

 

자신은 공장의 기계처럼 작품을 찍어내면서 제자들에게는 훌륭한 예술가가 되라고 가르치고 있는 혹독한 현실과 마주하는 일은 어려워보였다. 총장에게 ‘쓰레기 교수들’이라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학생들과 함께 예술을 논하고 싶었던 J교수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 더욱 잔인하게 느껴졌다.

 

“연극의 기능중 하나가 사회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에요. 세상사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바라본 것에 대한 느낌을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연극이죠. 수원대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몇몇 직원들과 보직교수들의 모습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도 정말 이해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최근 연출한 작품이 조직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사회공익이나 정의를 잊어버리고 오직 자기 영달에만 치중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에요”

 

J교수는 ‘예술은 세상의 가치를 바라보는 지표를 제시하는 것’이라 이야기 한다. 이런 예술을 가르치는 J교수는 부조리한 현실을 더 이상 받아드릴 수 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불타는 정의감이 아니라 당신이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일 뿐이라고 말한다. 수원대학교의 많은 계악제 교수들의 실상은 어찌보면 연극보다 더 연극같은 모습이다.

아직 수원대학교의 건학정신은 ‘검소’ ‘정의’ ‘창의’라고 홈페이지에 버젓이 걸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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