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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 소식

[수원대] '동토의 왕국' 수원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최근 수원대학교에서는 교수협의회 구성을 이유로 공동대표와 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한 교수 4명이 파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정규직 교수들의 처우개선과 학교측의 각종 비리에 대해 문제제기 한 결과가 ‘파면’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는 비일비재 했고,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절차마저 무시당했다. 이에 다산인권센터는 해당 교수와 학생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 이 기사는 <미디어스>에 게재되고 있습니다.

* 기고 :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나는 지난해 5월 이 지면을 통해 <수원대, 28년 만에 교수협의회 결성하다(관련기사)>라는 기고를 한 적이 있다. 그 글에서 28년만에 교수협의회를 구성하고 난 뒤 벌어진 낯 뜨거운 일들을 지적하고 어렵지만 당당하게 싸우고 있는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공감과 연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원대 측은 지난해 12월 30일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인 배재흠 이상훈 이원영 교수와 교수협의회 회원인 이재익 교수를 결국 ‘파면’시켰다.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파면’은 평생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교수입장에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두 명의 계약직 교수에 대해 불분명한 이유로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여섯 명의 교수들은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 수원대 정문앞에서 시위하는 파면된 교수들

 

   

남편은 총장, 부인은 재단 이사장

 

이런 가운데 2월 10일부터 25일까지 교육부 감사가 진행됐다. 파면된 교수님을 비롯해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등은 철저한 감사를 촉구했으나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수원대학교 총장인 이인수 씨와 수원대학교 재단인 고운학원 이사장 최서원 씨는 부부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사돈지간이다. 이들은 대학발전기금 50억 원을 <TV조선>에 편법 투자해 감사원에 지적까지 받았으나,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족벌체제를 유지하면서 재단 이사회와 보직교수들을 모두 측근으로 임명, 운영하면서 적절한 감시와 견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이다. 또한 사립학교의 전횡과 비리를 예방해야 할 사립학교법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수원대학교와 같은 사립대학의 문제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 역시 한 몫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수원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인수 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증인채택이 안되도록 안 의원을 상대로 온갖 협박과 회유가 있었음을 기자회견을 통해 알리기도 했다.

 

 

▲ 수원대 이인수 총장. (홈페이지 캡처)

   

인권과 민주주의가 실종된 수원대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장치 없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비리와 폭력이 발생한다. 비리와 폭력은 그 어떤 구성원이든 권력에 순응하도록 강요한다. 인간의 양심을 시험하게 만드는 현실은 생존의 무게 앞에서 자신의 선택지를 강요당한다. 여기에 불응하면 ‘파면’이다. 저질러진 비리만큼 학교 구성원들의 인권은 짓밟히고 민주주의는 형식과 절차에 가려져 파괴된다. 수원대가 지금 이 꼴이다.

 

지난해 교수협의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후 학교직원을 동원한 미행과 감시는 일상이 되었고, 급기야 이원영 교수의 차량은 수차례 타이어 펑크를 당하는 등 우연이라고 하기엔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학교측에 의견을 전달할 최소한의 통로인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은 이미 오래전에 폐쇄됐다. 학교측의 행태를 비판하고 온라인 활동을 벌이는 학생에 대해서는 징계이야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연구중심형 교수’라는 허울좋은 이름아래 비정규직(계약직) 교수로 채용하고, 노예계약과도 다름없는 1년단위 계약으로 박봉의 급여와 살인적인 실적강요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계약직 교수의 증언은 수원대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부조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애썼던 이상훈 교수는 정년퇴직 1년을 앞두고 ‘파면’을 당해야 했다.

 

 

▲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인 이상훈 교수 연구실에 앞에 붙여진 폐쇄공문

   

‘동토의 왕국’ 수원대

 

북한을 이른바 ‘동토의 왕국’이라 비유한다. 족벌세습체제와 강력한 통치권을 바탕으로 인민을 억압한다는 데서 유래한 비유일 것이다. 비유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수원대도 오래전부터 ‘동토의 왕국’으로 불려왔다. 이종욱 학교 설립자의 대를 이어 그 아들이 총장이 되고 또 그 총장 부인이 재단의 이사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데 유래한 ‘동토의 왕국’에서 ‘교수협의회’를 만드는 것 자체가 사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었다.

 

수차례 ‘교수협의회를 해체하면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언지하 거절한 교수협의회 대표들이 중징계를 감수하고서라도 ‘교수협의회’를 지키려 하는 이유는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 ‘양심’을 지키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산인권센터는 이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그들을 만나다

 

앞으로 이 지면을 빌어 파면된 교수와 계약직 교수 그리고 학생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제보와 증언을 토대로 수원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와 파괴된 민주주의의 실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작업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던 대학이 그 사회적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대학의 가치를 바로세우려는 구성원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이들과 함께 할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여주시라. 그리고 함께 손잡아 주시라.

 

● 수원대학교 교수협의회 온라인 카페 http://cafe.daum.net/suwonprofessor
● 수원대 학생자유언론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swfree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