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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 소식

[이슈] 7770 버스기사들이 오줌통을 갖고 다니는 사연


사당역 7770 버스정류장 풍경 (사진 : 오렌지가좋아)



수원에서 서울을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첫 번째가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는 것이고, 두 번째가 수원역에서 사당행 7770버스를 타면 된다. 이른바 ‘총알버스’라 불리우는 7770버스는 택시를 제외하고 늦은 밤 서울에서 수원으로 오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용객도 많다. 출퇴근 시간 사당역에 줄지어선 승객들은 입석마저도 거부하지 않고 타야한다. 바로 경진여객 버스다. 

황금노선 7770번

사람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 7770버스기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1시간 40분이라고 한다. 이 시간 동안 수원을 출발해 사당을 찍고 다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한다. 쉬는 것은 아예 생각도 못한다. 만약 새벽 6시차를 배정받으면 늦어도 새벽 4시 30분에는 집에서 나와야 한다. 출근해서 출근부 싸인하고 돈통수령해 차량점검 한 후 아침식사를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때운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일과는 수원과 사당을 모두 아홉 번 왔다갔다해야 일이 끝난다. 무조건 아홉 번이다. 이것을 채우지 못하면 200만원 남짓 받는 월급에서 40여만원이 깎여서 나온다. 그래서 기사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홉 번을 채운다. 바로 과속, 신호위반, 무정차 운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만약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다. 오롯이 기사책임이기 때문이다. 쌓이는 피로와 일상적인 과로로 인해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을 회사에서 만들어 놓고도 모든 책임은 기사 몫이다. 700만 원 이상의 사고가 날 경우 해고다. 

줄서서 타는 승객들과 그 옆에 관리직 직원이 나와있다. (사진 : 오렌지가좋아)

 

기사는 노예, 승객은 짐짝

버스기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그대로 승객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출퇴근 시간 7770번을 이용해본 사람들은 안다. 좌석버스인지 입석버스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승객들을 태운다. 정원의 두 배를 태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사당역 등 주요 정류장에는 경진여객 관리직 직원이 나와 있다. 앞에서 승객들을 태우는 역할을 하는 듯 보이지만 과적을 유도하는 역할이다. 자리가 다 차 출발하려는 기사님들을 세워놓고 출발하지 못하게 막는다. 이 사람들의 출발신호를 어기면 바로 징계가 들어온다. 기사는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승객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타라면 타야하고 서서가라면 서서가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줌통을 들고 다녀야 하는 사연

수원과 사당을 한 시간 사십분만에 주파를 하려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한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당역 회차하는 부근에 화단이 있어 급하면 그곳에 볼일(?)을 봤다고 한다. 많은 기사들이 그렇게 화단을 이용하다 보니 구청에서 아예 화단을 없앴다. 하는 수없이 기사들은 소위 ‘오줌통’을 들고 다닌다고 한다. 급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손님들 다 내린 후에 버스 안에서 해결(?)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는 배차시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버스기사들의 불편과 과로로 인한 사고, 그 사고의 책임은 고스란히 기사들이 져야 하는 상황. 이 모든 것들에 대해 경진여객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오줌통을 들고 다녀야 하는 이 기막힌 사연을 이제는 승객들이 알아야 한다. 도대체 7770버는 왜 ‘총알버스’여야 하는지, 왜 이렇게 승객을 ‘짐짝’취급하는지, 그 문제의 원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공론화 되어야 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이제는 마련해야 한다.

 

사진 : 오렌지가좋아



100일간의 천막농성

경진여객에서 해고된 박요상 기사는 회사앞 사거리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간지 이제 100일이 넘었다. 한겨울 혹한을 천막에서 보내야 했고, 경찰과 구청의 철거 위협과 사측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100일을 훌쩍 넘긴 지금 이 시간에도 천막을 지키고 있다. 2년전 경미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고 된 경우다. 공교롭게도 민주노조를 만든 시기와 겹친다. 그렇게 회사는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기사들은 갖은 이유를 들어 해고를 시킨다. 그게 관행처럼 반복된다. 
부당해고 철회와 배차시간 조정을 요구하면서 들어간 농성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길어지는 농성으로 초췌한 모습이지만 항상 우렁찬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 내에 잠깐의 시간이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기사분들이 천막농성장을 ‘휴게실’처럼 이용한다는 것이다. 긴 시간 운전대 앞에서 피곤한 노동을 하지만 번듯한 휴게실 조차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 덕분에(?) 농성장은 항상 기사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경진여객에서 해고된 박요상 기사님. 현재 100일이 넘도록 천막농성 중에 있다. (사진 : 안병주)



경진여객 버스노동자 시민서포터즈

그래서 수원지역 단체들이 경진여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100일 동안의 힘든 천막농성도 그렇지만 비단 기사들의 노동조건 개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온 집안 친인척들이 회장부터 과장까지 하고 있는 경진여객은 이윤에 눈 멀어 노동자들과 시민의 안전은 뒷전이다. 이를 감독해야 할 수원시의 태도도 형식적이다. 노동자들은 가진 거라곤 몸뚱이.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각종 질병을 달고 살아야 하고 언제 해고될지몰라 불안한 노동을 해야 한다.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도 하루하루 고달프다.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이유이자 배경이다. 

페이스북에 ‘경진여객 버스노동자 시민서포터즈’라는 이름의 그룹을 개설했다. 함께 응원하고 함께 행동해야 이 문제 풀릴 수 있다. 한마디씩 거드는 거부터 시작하자. 우리는 당신들을 응원한다고.

▶ ‘경진여객 버스노동자 시민서포터즈 https://www.facebook.com/groups/7770supporters/

* 글 :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 본 글은 경기복지시민연대 회원소식지 <소란>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