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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칼럼

[청소년 소수자를 만나다④] 장애학생 강단영·이종선

"애들이 외모 갖고 자꾸 놀려서 힘들어요"

[청소년 소수자를 만나다④] 장애학생 강단영·이종선


오는 10월 5일이면 경기도교육청이 전국에서 최초로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지 2년이 된다. 이후 서울, 광주 등 다른 지역 교육청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이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 존중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학교 문화를 바꾸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의 안과 밖에서 학생들의 인권은 위태롭다. 이런 상황을 점검해보기 위해 경기학생인권조례 공포 2년을 맞아 다문화, 성소수자, 장애, 탈학교 등의 학생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권 현실을 짚어보는 기사를 4차례에 걸쳐 준비했다. 여전히 사회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학생,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인권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말]



 
경기도에서 가장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2주년이 지났다. 학생(청소년) 인권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던 우리나라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여러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조례 제정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학생 인권에 대하여 이야기하게 됐다.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서 어떤 힘을 발휘하고 있는 지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실제 장애학생 인권은, 청소년 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전부터 논의돼 왔다. 장애학생 인권에 대한 논의는 장애인운동의 일부로 꽤 오랫동안 지속돼 왔고, 이것이 학교에도 영향을 미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같은 관련된 법도 생겨났다. 그럼에도 장애인은 학교 현장에서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집단 중 하나다. 

학생인권조례를 잘 모르는 장애학생과 부모들 

▲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강단영 학생(왼쪽)과 이종선 학생 ⓒ 푸른솔


가을이 시작될 무렵 한 장애인 부모단체 사무실에서 강단영(부천 상록학교 전공과 1학년)학생과 이종선(시흥 은행고 2학년) 학생과 그들의 어머니를 만났다. 발달장애 학생들인 까닭에 소통에 다소 어려움이 있거나 세세한 설명이 필요할 때는 두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가장 궁금한 것은 학생인권조례 통과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학교생활의 어려움은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학생인권조례를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두 학생과 어머니 모두 잘 모른다고 답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그들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단영 모 :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놀리는 아이들은 있어요. 아이들이 표현을 못해주니까, 엄마들이 모르는 부분도 있고요. 그래도 분위기가 초중고가 다 달라요. 아이들 생각이 커서인지 고등학교에 가니까 놀리는 게 덜하고 돌봐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엄마들 입장에서 보자면 아직은 많이 부족하죠. 그래도 그전보다는 노력은 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우리 아이한테 도우미도 붙여줘서 알림장 쓸 때도 도와주는 등 노력은 해요. 다만 그 과정에서 장애 학생들에게 안 맞게 해주는 경우가 있기도 해요."
단영 : "고등학교 때 힘들었던 점은, 동생들이 입술 크다고 외모 때문에 놀릴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종선 : "다 좋은데...친구가 놀려서 화났어요."

장애학생들, 특히 발달장애 학생들의 경우 특이한 외모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인권의 틀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괴롭힘'도 차별이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인터뷰에서 드러나기로는 많은 학교에서 '도우미' 제도를 통해 장애학생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지원해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은 권리에 포함될 수 있지만,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까지 권리에 포함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끼어든다. 어디까지나 인위적인 방법으로 친구가 '되어 준다'면, 진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시선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들은 '좋은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이런 어려움들을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선생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장애인 교육권 
 

▲ 강단영 학생. ⓒ 푸른솔

종선 모 : "해 바뀔 때마다 좋은 선생님 만나기를, 좋은 아이들 만나기를 바라는 거죠. 아이가 밝은 편이라 비장애아이들하고 잘 지내는 편임에도 그 아이들과 감정을 교류한다거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건 힘든 것 같아요."
단영 모 : "좋은 선생님들도 많아요. 그래서 좋은 선생님 만나면, 이제 1년은 편하게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거고."

좋은 교사, 나와 잘 맞는 교사를 만나기를 바라는 거야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의 심리다. 그런데 장애학생들은 '좋은 교사'를 만나지 못하면 기본적인 교육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교사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이 좌우된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변수에 인권을 맡기는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고등학교는 과목별 담당 교사가 다르기 때문에 더 힘들다. 담임교사는 학생에게 긍정적이더라도 교과 교사가 부정적이라면, 해당 교과 시간은 장애 학생에게 힘든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어떤 교사를 만나는가에 따라서 수련회나 체험학습, 운동회 같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이뤄지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정해지기도 한다. 

단영 모 : "아이 6학년 때, 운동회를 하는데 제 아이가 못 뛰지를 않잖아요. 아니 설사 못 뛰어도 세워서 뛰어야죠. 학교 운동회에 갔는데 달리기해야 되는데 줄에 안 세워주는 거예요.  왜 안 서냐고 하니까 선생님이 조를 안 짜줬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줄을 세워서 뛴 적도 있어요."
종선 모 :  "수련회에 장애아들을 안 데리고 가려는 분들도 계세요. 특히 초등학교 때는 그랬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특수학급이 생겨난 이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일반교사들이 장애 학생을 자신의 학급 소속으로 생각하지 않고 행사가 있으면 장애학생을 특수교사에게 '떠맡기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는 장애학생도 특수학급 소속이 아니라 비장애학생들과 같은 반 소속이기 때문에 일반교사가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함에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 이종선 학생.ⓒ 푸른솔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래도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서 알 통로가 많지 않다는 점인 것 같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다'고 했고, 부모님들도 장애학생의 권리나 부모의 권리에 대해 학교를 통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장애인 부모단체에 가입하면 내부에서 실시되는 교육을 통해 권리를 알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런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권리를 '잘 몰라서' 요구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알아서 보장해주지도 않는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종선 : "졸업하면 취직하고 싶어요. 취업해야 돈을 벌 수 있어요. 제과제빵과 바리스타를 공부하고 있어요."  
단영 : "서비스업 하고 싶어요. 커피 만드는 거." 

두 학생들이 졸업 이후 하고 싶은 일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5~10% 정도는 장애인이다. 장애를 '숨기는' 분위기가 줄어들면서 학교에 입학하는 장애학생도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관련법도 제정되었고, 장애교육이  어느 정도 정착되어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장애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충분히 누리기란 너무나 어려워 보인다.

지적장애학생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지내지 못한다면, 그건 지적장애학생의 인지발달이 느려서가 아니라 학교의 구조가 지적장애학생에게 억압적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학생인권조례가 이런 구조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글 : 푸른솔 (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
 오마이뉴스 원글 보기(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