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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칼럼

[이상언의 현장이야기①] 여기 쥐새끼가 있다


이 분 직장이 기아자동차입니다. 얼핏 들으면 대(!)기업 다닌다고 부러워할 만한 사람. 근데, 아닙니다. 비정규직. 그것도 기아자동차 사내하청의 비정규직입니다. 이 분의 웃기고, 어이없고, 가슴아픈 현장이야기를 지금부터 연재합니다.


나는 기아자동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예전 정규직이 하던 3D 업무를 하고 있다. 3D 업무라 함은 어떤 고차원적인 ‘3차원 컴퓨터 그래픽스 업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더럽게(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그런 쓰레,,, 3D 일이다.  

기아자동차 회장이신 ‘자본가’ 정몽구님께서는 더하기 빼기가 매우 빠르신 분이기에 정규직 임금에 반만 줘도 일을 시킬수 있으므로 현행법상 불법(자동차공장에서 파견노동자 채용)임을 알면서도 사내하청(바지사장)을 앞세워 비정규직 노동자를 마구 채용해서 일을 시키고 있다. 
 
3년전 2010년 7월 22일 그 보수적인 대법원에서도 ‘사내하청 = 불법파견 = 정규직’이라고 판결하여 자본의 탐욕에 제동을 건 바 있으나 정몽구회장은 ‘자본이 법 위에’ 있음을 보여주며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지난 6월말에는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약 1600여명을 정리해고하고 다시 6개월짜리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등 ‘파렴치함’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약 2300여명은 불법파견(정규직 지위확인 소송 등)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현장에서 웃기지도 않은 일이 일어났다. 
7월 16일 법원의 판사가 기아자동차 현장을 방문하기로 하였는데 정몽구회장과 기아자본은 현장에 붙어있는 작업도구에 붙어 있던 자신들의 흔적을 쥐도새도 모르게 지우고 있었다.   

기아자동차 이름이 찍혀있던 원래 모습

쥐새끼처럼 갉어먹은 모습


 
현장에서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하고, 사무실에 올라가 이야기했다. 
나 : 현장에 쥐새끼가 있네.
하청사장과 원청 관리자 : 네? 쥐가요? 에이 현장에 무슨 쥐가 있어요.
나 : 봐, 여기 있다니까. (핸드폰으로 찍어준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봐. 아 글쎄 쥐새끼가 벽에 붙어있는 판떼기에 기아자동차 글씨만 갉아먹었다니까. 불법파견 은폐 쥐. 이 쥐새끼를 어떻게 잡지. 
하청사장과 원청 관리자 : (얼굴이 빨개지며, 갑자기 전화받는척 하더니 자리를 뜬다) 여보세요. 아 네...
 
현장조합원 : (조금후 현장에 사측관리자가 지나가자 현장조합원들은 사측관리자를 향해 큰소리로) 여기 봐요. 여기 쥐새끼가 있다니까. 
하청사장과 원청 관리자 : (손사례를 치며 줄행랑을 친다)

이런 웃지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업체의 사장이 지나가면 동료들도 사장을 불러다가 묻는다. ‘여기 쥐새끼가 있나봐요. 이걸 다 갉아먹었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비겁한 꼼수를 쓰는 사장의 별명은 그날부로 쥐새끼가 되어버렸다.

대통령도 사장도 다 쥐처럼 모두를 갉아먹는 세상!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일진데 정몽구회장과 기아자본은 ‘부끄러움’은 커녕 이렇게 파렴치함과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언제쯤 이들은 알게될까? 자신들의 행위가 쥐새끼같은 행동이었음을. 

■ 글 : 이상언 (벗바리이자 다산인권센터 기아자동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