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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 소식

[활동소식] 왜, 이 사람이 아직 감옥에 있어야 합니까




14일(목) 오후 3시. 뙤약볕이 내리쬐는 대법원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2007년 5월경 발생한 수원 노숙소녀사망사건 관련, 범인으로 지목된 노숙청소년들이 무죄로 석방된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때 공범으로 구속된 정모씨는 사건 발생당시 체포되어 징역 5년형의 선고 확정 후, 복역 중에 있습니다. 당시 사건은 물증도 없이, 노숙인이자 지적장애를 가진 정모씨와 강모씨의 자백으로만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모씨와 강모씨는 공범들의 재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노숙소녀를 죽이지 않았다.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위증으로 정모씨 등을 기소했고, 위증 재판 과정에서 법원은 정씨와 강씨의 이전 자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위 증언을 위증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원심에서 인정된 정씨와 강씨의 자백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 위증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같은 날 오후2시에 있었던 것입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모씨의 '나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증언은 위증이 아닌 것입니다. 결국 사람을 죽이지 않은 정모씨는 5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28일, 국가인권위는 '정씨가 통상인에 비해 방어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노숙인임에도 불구하고 수사절차 및 재판절차 과정에서 방어권보장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부족하고 이로 인하여 재심대상 확정판결이 실체적 진실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심사유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정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는 “이로써 정씨 구금의 원인이 된 애초 유죄 판결은 정당성을 잃었다”며 “정당성을 잃은 판결에 의해 형 집행이 계속되는 기이한 상황이 됐다”고 말합니다. 도대체 법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경찰과 검찰은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망쳐놓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정씨를 사회로 돌려보내줄 것과 5년전 정씨의 사건에 대한 재심을 벌일 것을 요구합니다.

<관련기사>

<기자회견문> 


왜, 이 사람이 아직 감옥에 있어야 합니까


재혼한 어머니의 짐이 되기 싫어 고향을 떠났습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가진 돈이 떨어지자 수원역에서 노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생활이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형사가 찾아와 ‘사람 죽이지 않았느냐’며 잡아갔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징역 5년의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타향살이를 하던 노숙인이었고 지적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형이 확정된 후 공범들로 알려진 청소년들이 붙잡혔다며 다시 수사가 개시되었습니다. ‘나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며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였는데, 도리어 검찰은 위증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징역 6월이 추가되었습니다. 그 후 공범들은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었는데, 이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그는 지금까지 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증사건에 대한 항소심판단이 내려진 후, ‘정씨가 통상인에 비해 방어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노숙인임에도 불구하고, 수사절차 및 재판절차에서 방어권보장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부족하였고, 이로 인하여 재심대상 확정판결이 실체적 진실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들며 재심사유를 검토함에 있어 정씨가 사회적 약자임을 충분히 고려하여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나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증언이 위증인지 여부를 판단한 대법원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정씨에게 사람을 죽인 죄가 없다고, 실체적 진실을 최종확인했습니다. 정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공범들에 대한 무죄확정판결, 위증사건에 대한 정씨와 강씨에 대한 판결,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서 등을 통하여 충분히 확인됩니다. 그런데 5년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정씨는 여전히 철창에 갇혀 있습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상의 재심사유는 지나치게 엄격하여, 진실화해위원회 등 국가기관에서 재심을 권고하는 경우 외에는 재심이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진범이 잡혀야 확실히 재심이 받아들여집니다. 형식만 남아 있을 뿐 실질적으로 정당성을 상실한 판결에 근거하여 구금을 계속하는 것은 명백히 정의에 반합니다. 


죄없는 이 사람은 아직도 감옥에 있습니다. 잘못된 수사로 인해, 노숙소녀를 죽인 진범은 찾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약육강식의 범죄가 힘없는 약자들을 죽이고, 가두고 있는 비정한 현실에서 우리는 다시금 묻습니다. “왜 이 사람은 아직 감옥에 갇혀 있어야합니까?”



2012년 6월 14일

노숙소녀사망사건 위증재판결과에 대한 인권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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