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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입장•성명

[성명] 교과부, 학교폭력 실태조사 자료공개에 대해




지난 4월 1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그 구체적인 데이터를 홈페이지에 게시했습니다. 회수율이 50%가 넘는 참여 학교의 비율이 21.8%에 불과한, 그리고 설문 문항도 엉터리 투성이었던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학교들의 폭력현황 순위를 공개한 것입니다. 오히려 설문조사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학교폭력에 대응해 왔던 학교들이 폭력학교로 낙인찍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학생 간 폭력의 근본적 문제는 경쟁 교육과 권위적인 학교와 사회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입니다. 실태조사를 앞세운 또 다른 줄세우기와 낙인찍기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뿐 학교폭력 해결의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이에 교육, 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참고바랍니다. 


[성명]

교과부는 줄 세우기에 급급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자료 공개를 
멈추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4월 19일,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결과를 누리집에 게재했다. 실태조사는 전국 학교에서 설문지를 통해 이루어져, 우편을 통해 회수되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50%이상의 회수율을 보인 학교는 21.8%에 불과했다. 심지어 한 학교는 단 2장의 설문지만 회수되어 학교의 일진 존재 인식 비율이 100%로 집계되는 촌극을 빚었다. 설문문항부터 문제가 많았던 이번 실태조사로 교과부는 전국 초,중,고의 학교폭력 순위를 매기는 자료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학생 간 폭력 해결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와 대책이다.
실태조사의 신뢰도 및 객관성을 차치하더라도, 해당 설문조사만을 바탕으로 특정 학교를 폭력학교로 낙인찍는 것이 과연 올바른 학교폭력 대응 방안인가! 이런 저급한 조사는 교과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도 무너뜨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폭력은 일어나고 있고 교과부가 한심한 조사에 시간과 예산을 쓰고 있을 때 또 한 명의 청소년은 학교 폭력으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실태조사로 생색내고 학교폭력은 학교장의 관심에 달려있다며 책임을 전가시키고 수수방관 중이다. 조사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지만 이주호 장관은 몇 가지 항목을 제외한 채 공시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들이 부담을 느끼면 학교폭력을 해결하는데 앞장서라는 것이다. 이제 2차 조사의 결과는 뻔하다. 학교장들은 어떻게든 자료를 조작할 것이고 학교폭력을 은폐할 것이다. 이주호 장관 소원대로 ‘단 한건의 학교폭력도 기입되지 않는’ 날이 곧 올 것이다.
 
교과부는 학생 간 폭력에 대해 스쿨폴리스제도, 명예경찰, 명예교사 등, 경찰과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 간 폭력에 대해 학교에 퇴직 경찰관을 배치하거나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대책이라는 것이다. ‘건전한 졸업식 문화’를 만들겠다고 학교 교문 마다 경찰차를 배치하더니 이제는 교실 안까지 경찰을 불러들이고 있다. ‘엄중처벌’ 이라는 겁주기는 수년전부터 반복되어 왔으나 단 한 번도 효과가 없었다.

학생 간 폭력의 근본적 원인은 사회와 학교 자체가 가지는 구조적인 폭력에서 비롯된다. 즉, 가정, 학교 사회에서 끊임없이 보고 배우는 강제적인 권위에 의한 무조건적 복종과 폭력이 바로 학생 간 폭력의 근본적이 원인인 것이다. 따라서 경찰관이라는 또 다른 폭력적 권위로서 학생 간 폭력을 해결하려 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문제를 더욱 더 악화시킬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일제 고사를 통해 전국 학교를 성적순으로 서열화 했던 교과부의 줄세우기 정책의 반복이다. 학생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감시-통제만을 해온 정부는 최근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최근 게임이나 웹툰에 대한 규제까지 강화해 왔다. 게임을 하루 4시간 이상 못하게 하는 것, 웹툰을 못보게 하는것이 대책인가? 무지한 정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학교 안 폭력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되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가해 학생들을 사회와 학교와 사람들로부터 격리시키는 정책 역시 단호하게 거부한다. 교과부는 이미 수많은 상처와 경쟁 속에서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서로를 죽음의 벼랑으로 몰고 있는 교육현실을, 학교 현장을 외면하고 있다. 죽음의 쳇바퀴 속에서 수 많은 학생들은 패배자로, 탈락자로 낙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교과부는 경찰과 학교장에게 책임을 전가한 채 교과부라는 기관의 존재의 목적을 방기해서는 안된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에 대해 감시와 처벌, 낙인찍기는 해결책이 아니다. 이제 엉터리 실태조사 자료의 게시를 즉각 중단하고 제대로 된 대책 마련과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쓸모없는 정책들로 인한 예산 낭비는 용납할 수 없다. 학생 간 폭력의 근본적 문제는 경쟁 교육과 권위적인 학교 문화에 있음을 인정하고 소통과 공감의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강력하게 요구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실태조사 게시를 즉각 중단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
 
201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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